국내 외식업계, 해외 진출 메뉴는 뭔가 다르다

입력 : 2012-01-2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류설아기자] 올해 국내 많은 외식업계가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나아가 해외 진출을 시도하거나 기존 거점을 중심으로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본력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등이 해외 사업 성공의 기반지만, 무엇보다 현지화가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 진출한 외식업계 대부분이 현지 적응하는 과정에서 메뉴 개발에 실패하거나 각국의 식문화를 바탕으로 리뉴얼하는 기간을 거쳐 성공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시행착오 끝에 현지 포지셔닝 및 메뉴 개발 성공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 2006년 중국 상해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 메뉴처럼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 위주로 구성해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KFC의 후라이드가 선점한 상황이었으며, 후발주자인 BBQ의 경우 선점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점이 필요했다.
 
이에 BBQ는 중국이 구이류를 좋아한다는 현지시장조사 결과에 따라 자사의 구이류 메뉴인 '스모크치킨'과 '통다리 바비큐', 닭익는 마을의 구이류 제품 등을 도입해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적극 나섰다.
 
중국 시장에서 구이류 제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이를 바탕으로 후라이드 치킨을 주력 상품으로 올릴 수 있었다고. 최근에는 볶는 방식으로 요리한 빠리치킨과 스파게티, 피자 등의 매출도 오르는 등 순항 중이다.
 
중국 시장보다 1년 가량 늦게 출점한 베트남 하노이의 경우 더 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BBQ의 베트남 진출 시점에는 현지에 KFC와 롯데리아가 치킨 시장을 선정하고 있었다. KFC는 고가, 롯데리아는 KFC보다 약간 저렴한 중저가 판매 전략을 펼쳤다.
 
이에 BBQ는 KFC보다 높은 고가 정책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메뉴 구성에 돌입했다.
 
문제는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나라처럼 '치킨=한마리' 등식 대신 조각 치킨을 즐기는 식문화라는 점이었다. 당시 BBQ는 국내와 동일하게 1마리 판매 체계를 적용하려 했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베트남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 조각과 볶음밥, 감자튀김, 샐러드 등의 세트메뉴를 구성해 판매하면서 성공 발판을 완성했다.
 
BBQ 베트남 현지 매장
◇메뉴 개발 초기부터 해외 시장 고려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기 전부터 외국 시장에 맞춰 메뉴를 개발하고 국내 런칭 후 외국으로 확장하는 메뉴도 있다.
 
대표적으로 CJ(001040)의 글로벌 한식 전문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런칭 이후 미국 LA의 UCLA 웨스트우드점, 중국 동방신천지점, 싱가포르 래플즈시티점 등 3개국 핵심 상권에 진출했다.
 
비비고의 글로벌 현지화 전략은 한국 전통의 비빔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외국인의 생활패턴의 맞춤형 메뉴를 개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선 비비고는 해당 국가의 식문화를 비롯해 나라별 역사와 전통 등을 고려한 메뉴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에 같은 브랜드의 유사 메뉴라도 조금씩 다른 점이 존재한다.
 
예로 미국 매장의 경우 'grab to eat' 방식을 선호하는 국민 성향에 맞춰 불고기를 양배추와 전병에 싸서 먹는 'Bibimbap Wrap'이라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비빔밥(BIbimbap), 타파스(Korean Tapas)메뉴를 통해 한식 특유의 맛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음식 문화에 익숙한 아시아의 경우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하는 비빔밥과 거의 흡사하게 제공한다.
 
현지의 인기 메뉴를 거꾸로 한국 시장에 적용하기도 한다.
 
비비고의 레드 치킨(Red Chicken)은 미국 현지화를 위해 화이트 치킨(White Chicken)을 추가로 개발했다.
 
매운음식을 먹지 못하는 현지인의 요구를 반영해 바삭하게 튀겨낸 닭에 고추장 양념을 묻힌 것은 red chicken, 양념을 묻히지 않은 것은 white chicken인 것.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화이트 치킨은 국내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국내 매장에 도입, 실제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다.
 
비비고 관계자는 "미국인의 빠른 생활 리듬에 맞춰 비빔밥 메뉴를 테이크아웃으로 선보이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며 "기본은 한식을 토대로 하면서도 현지 문화에 적합한 구성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비비고의 미국 현지 매장
 
◇식품 본고장에 거꾸로 도전
 
외식업계 해외 진출 식품류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메뉴이거나 한식 특유의 강점을 살린 것이 대부분인 반면, 최근 해당 제품의 본고장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버거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한 '크라제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크라제버거는 미국 워싱턴DC 근교의 베데스다에 1호점을 오픈, 오는 2014년까지 미국 내 100개점 오픈을 목표로 미국 현지인 공략에 나섰다. 앞서 홍콩, 마카오, 싱가폴 등에도 매장을 열고 운영중이다.
 
미국 현지 매장에서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인기 메뉴와 더불어 현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화된 메뉴가 있다.
 
곡물과 야채로 만든 패티를 사용해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클래식베지(Classic Veggie) 버거다. 이 메뉴는 칼로리를 낮추고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없어 웰빙을 추구하는 미국 여성과 베지테리언들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했다.
 
또 칠면조 고기로 맛을 낸 터키패티, 고구마 튀김, 허브 튀김, 아스파라거스 등을 미국에서만 판매한다. 이 또한 현지인들의 식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버거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건강한 수제 버거라는 브랜드 가치와 현지 맞춤형 메뉴가 성공 기반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 미국 시장에 추가 오픈 매장을 계약했으며 지속적으로 현지인의 식문화를 반영한 제품을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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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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