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발등의 불..`나고야의정서`

①건강기능식품업계, 해외 로얄티 지급증가 "대책이 없다"

입력 : 2012-01-30 오전 10:53:24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지난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0차 총회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의 정식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나고야의정서'가 정식 발효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해외생물자원에 대해 추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해당국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관련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특히 국내 건강기능식품업계와 화장품업계, 제약업계의 67% 가량이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국내 업계와 정부의 대응책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나고야의정서'가 가지는 의미와 국내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 향후 대응 방안 등에 대해 3편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註)
 
<글 싣는 순서>
 
①건강기능식품업계 로얄티 지급증가 "대책이 없다"
②화장품업계 원재료 부담 상승 자구책 고심중
③늑장 정부..소 잃었지만 외양간 고쳐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나라는 생물자원이나 전통지식을 제공하는 해당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는 해외자원을 이용할 때 절차적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전접근승인, 이익공유를 위해 금전·비금전적 추가 부담이 우려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나고야의정서는 세계 50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서명이 완료된 날부터 90일째 되는 날 정식 발효되는데 나고야의정서와 동일한 발효 조항을 가진 사례를 비교해볼 때 아무리 늦어도 3년 후면 정식발효될 것으로 업계와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30일 현재 나고야의정서에는 총 74개국이 가입한 상태로 요르단, 가봉 등 2개 국가가 비준에 동의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9월에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한 74개국 중 대부분이 생물자원보유국인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로 이들 나라가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 단체 비준에 나설 경우 연내 정식 발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나고야의정서', ABS원칙 바탕, 생물자원이용에 대한 법적 구속력
 
나고야의정서는 지난 1992년 6월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고 생물유전자원에서 창출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를 위해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CBD)'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생물자원보유국들은 이익 공유를 더욱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국제적인 규범을 채택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했고 그 결과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BD 제10차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BS: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를 원칙으로 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인 ABS 원칙은 △Access(접근,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허가 필요) △Benefit-sharing(이익공유, 자원이용으로 발생한 이익 공유) △Compliance(의무준수, 절차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국내기관 설치)로 요약할 수 있다.
 
ABS 원칙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아토피에 유용한 식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 제약회사가 이 식물을 분석해 아토피에 효과적인 약품을 생산·판매할 경우 이 약품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해당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나고야의정서가 정식 발효된 상황에서 해당국의 승인 없이 생물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다면 나고야의정서가 국제소송의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관련 업계의 경우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재료 대부분 해외수입 의존..`발등의 불` 건강기능식품업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하고 완화된 관련 규제로 인해 식품과 제약회사가 지속적으로 진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인삼이나 홍삼 등 국내 생산 작물을 제외한 비타민, 무기질 등의 대부분의 건강기능성 소재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고시된 품목 이외에 안전성, 기능성을 개별로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를 제외하면 약 8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 고유 생물자원은 약 10만여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채집, 표본으로 기록돼 완전한 주권 행사가 가능한 것은 2008년 기준 4280종에 불과하다. 일본 9만종, 중국 8만8000종, 캐나다 7만종, 인도네시아 6000종에 비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생물자원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약 1조500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데 일본산 종균의 경우 국내 종균시장의 60%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딸기의 경우 90%가 일본 품종으로 연간 7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으며 김은 전체 생산량의 20%, 미역은 15%가 일본 품종이다.
 
또한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natural trend'가 유행하면서 소재식품을 개발할 때 화학공법보다 미생물과 효소를 이용한 생물학적 공법이 각광받고 있어 로열티 지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따른 산업계 파급효과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른 피해규모가 연간 2000억에서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는 신소재 개발의 생물학적 공법 적용을 위한 균주 활용시 균주의 출처 없이 균주 은행을 통해 구입과 활용이 가능했지만 균주 정보의 출처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ABS 적용에 따른 이익공유 또는 기술정보 공유도 건강기능식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업계가 나고야의정서의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효과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른 피해규모 산출과 해외 생물자원 이용 현황 등 기본적인 통계조사가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계획 조차 부재한 실정이다.
 
따라서 당장 올해 안에 정식 발효될 경우 업계의 큰 혼란이 예상되며 심할 경우에는 주요 제품의 생산 중단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렉스진바이오텍 민복기 이사는 "업계 대부분이 나고야의정서의 내용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이와 관련해 어떠한 의견 교환도 없었고 구체적인 피해와 대비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고 말해 업계가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작년 10월 환경부가 주축이 돼 12개 부처가 범정부적 계획을 마련했다"며 "올해 10월 인도에서 열리는 CBD 제11차 총회에서 단체비준을 통해 연내 발효가 가능한 만큼 국내 법제를 정비하고 R&D 등 업계 지원책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헌철 기자
정헌철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