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중적 진보정당 실험, 통합진보당 위기

내부 잡음에 야권연대 난항까지 시련의 시기

입력 : 2012-01-26 오후 6:22:25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위기에 빠졌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지지율 답보와 민주통합당의 약진으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제3세력화를 위한 도전이 좌초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헷갈리는 당명, 눈에 안띄는 당색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당명과 총선 예비후보 조정을 두고 내부 잡음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5일 당원 전수조사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해 통합진보당으로 당명을 확정했지만 뒤이어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 민주통합당이 등장해 혼란이 일어났다.
 
통합진보당 당원들 일부는 출범 초 리얼미터 주간 정례조사에서 2주 연속 10%를 넘겼던 지지율이 3%로 준 것도 헷갈리는 당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이 흥행한 탓도 있지만 대중적 진보정당의 당명이 전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표단과 주요 당직자들이 "출범 초기"임을 강조하며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대응하는 것도 당원들과의 소통에 소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명과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예비후보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 갑에 출마를 선언한 박무 예비후보는 기자를 만나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보라색으로 결정된 통합진보당의 당 상징색도 당명만큼은 아니지만 논란이 됐다. 국민참여당의 노란색과 민주노동당의 주황색, 둘을 섞은 오렌지색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지난달 28일 보라색으로 결정 난 바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팟캐스트 '희소식'에서 "진보정당을 새로 하니 완전히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보라색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예비후보들은 "보라색이 기존 색들보다 별로 어필하지 못한다"며 "특히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더라"고 토로했다.
 
◇후보 조정 둘러싼 잡음
 
일부 지역에서 들리는 총선 예비후보 조정을 둘러싼 잡음 진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20일까지 19차에 걸친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200여명에게 예비후보 자격을 부여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19대 총선 지역후보 경선방식으로 "조정이 되지 않았거나 후보 간 합의가 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 공동대표단이 후보 조정 또는 경선 방식 조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당의 경선 후보들은 이와 같은 공동대표단의 조정 노력을 존중하여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과 과정을 거쳤음에도 경선이 불가피 한 경우에는, 진성당원제의 정신과 국민여론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당원 투표 50% :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선출한다"는 수정안에 만장일치로 승인했지만 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유시민 공동대표가 대놓고 "안타깝게도 공동대표들이 깊이 상의해서 극소수 지역은 후보조정을 하고 또는 적지 않은 지역에 경선규칙에 관한 의견을 드렸다. 그런데 사실상 어느 한 곳에서도 전국운영위원회의 결의와는 달리 경선규칙에 관한 중재나, 후보조정에 대한 권고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 같다"고 유감을 표시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당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공동대표들이 조금 리더십을 행사해보자는 뜻에서 권고를 드리는데, 어느 한 곳에서도 흔쾌히 수용되지 않으니 입장이 난감하다"며 "몇몇 지역에서 저희 공동대표들이 제안한 경선규칙 조정 또는 후보 조정에 대한 안을 받아들여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야권연대도 난항..대중적 진보정당 위기
 
당명과 후보조정 말고도 통합진보당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성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에게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공동공약으로 하는 야권연대를 제안했지만 한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25일에는 노회찬 대변인이 정치개혁을 주제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이 "어려운 지역에 출마하는 중진의원들 살리기"라고 평가절하한 석패율제 도입에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정개특위에서 잠정 합의,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진보정당은 실패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언한 것, 민주통합당의 핵심 관계자가 "당내 예비후보들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데 지지율 3% 정당이 선거연대 하자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하냐"고 말한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낮은 지지율로 인한 푸대접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온라인 당 홍보활동을 채택했지만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유시민 대표가 40여만명, 이정희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이 20여만명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어 SNS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영향력이 강하기는 하다. 노 대변인의 국내 최초 '트위터 브리핑'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 대표와 노 대변인의 팟캐스트 '저공비행'과 이 대표의 팟캐스트 '희소식'도 나꼼수와 함께 차트를 양분하는 등 화제다.
 
천호선 대변인이 기자에게 "생존을 위한 절박함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토로한 것처럼 언론 노출이 덜한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온라인 홍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천 대변인은 야권연대를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들에 대해서 "야권연대에 너무 연연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본의를 왜곡하게 된다"며 "우리는 민주당의 의사를 물었을 뿐이다.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대답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트위터나 팟캐스트로 당을 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전략이 실패해 지지율 정체가 계속되면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응하지 않을 것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반 한나라당 전선으로 뭉쳐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에 부딪힌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통합진보당의 실험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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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