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거부 유시민, 당 게시판에 심경 고백

"이런 상태에서 더이상 토크쇼하고 춤 출수 없었다"

입력 : 2012-02-01 오전 9:17:1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31일 뉴스토마토의 '당무 거부' 보도와 관련해 "간략한 보고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통합진보당 게시판에 심경을 밝혔다.
 
유 대표는 "우선 이런 소식을 들으시게 해서 참으로 송구스럽다. 제가 지난주 목요일 저녁부터 당 대표 업무를 놓아버린 것은 사실"이라며 "강원도당, 서울시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어제 월요일 공동대표단 회의도 제가 참석하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거제도에 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후보 경선규칙과 관련한 불만 때문이라는 일부 보도는 부분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고 정정했다.
 
유 대표는 "당 대표 업무를 내려놓은 것은 당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저해하는 여러 일들이 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예방 하거나 바로잡을 수단이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심각한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태에서는 더이상 행사에 가서 토크쇼를 하고 춤을 출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당은 지금 중앙당 지도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상태에 빠져 있다"며 "세 주체가 조금씩 다른 가운데 하나가 된 당을 이끌고 여러 불리한 조건 아래서도 의회권력 교체와 원내교섭단체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비록 과도기간 공동대표단이라 할지라도 기민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라며 "총선 후보를 결정할 때 합의 조정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통합을 할 때 서로에게 한 약속이다. 공동대표 세 사람은 당의 내적 통합과 효율적인 총선 준비를 위해 극소수 선거구에 후보를 정하는 후보 조정안을, 그리고 열 곳이 되지 않는 선거구에 일반적 경선규칙에 비해 당원투표 비중을 조금 또는 대폭 약화시킨 경선규칙 조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표단에 조정 노력을 요청하고 그것을 존중하기로 한 전국운영위의 결의와는 달리 공동대표단의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만하게 경선이 치러지거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당의 통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렇게 되었다"면서 "우리 공동대표들은 당사자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대표단의 노력을 별로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저는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나 대표단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런 어려움을 완곡하게 말씀드리면서 당을 위해 대표들의 결정이 때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용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면서 "이 모두가 당 대표인 저의 역량이 부족한 탓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대표가 역량이 부족하면 당의 간부들과 지도자들, 당원들께서 그 부족함을 메꾸어주시지 않겠나 희망을 가지고 일했다. 그러나 저의 능력은 그런 도움을 받기에도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우리는 과도기간에는 최대한 협력하고 최소한만 경쟁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어떤 분들은 '특정 정파의 횡포'를 거론하지만 저는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파가 있기라도 하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그 '특정정파'와 대화하고 교섭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러나 지금 우리 당은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당 지도부가 권한으로 상황을 통제하지도 못하며 자발적 협력을 토대로 당을 운영하지도 못하는 상태, 그래서 모두가 불만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조금 못미더워 보이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더 옳다고 확신할지라도, 이번 한 번만큼은 눈 딱 감고 대표단의 판단과 결정, 권고와 호소를 받아들여 주시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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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