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사실상 당무 거부

특정 계파 패권주의와 충돌..대표단 일정에서 자취 감춰

입력 : 2012-01-31 오후 6:18:09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사실상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 조정 과정에서 특정 계파가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28일 강원도당, 29일 서울시당, 30일 경북도당 창당대회에 잇따라 불참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출범 후 정치 토크 콘서트와 시도당 창당대회, TV토론과 팟캐스트 저공비행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당 홍보에 매진해 왔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문제는 구 민노당 특정 계파가 진성당원제를 한다면서도 역으로 패권적 조직문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유 대표가 오늘 아침 이 문제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거제도에 내려간 것으로 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앙당 실무를 장악한 일부 당직자들의 행태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라며 "복수의 예비후보가 출마한 지역의 경선 룰도 경악 그 자체다. 현장과 온라인 투표를 겸하는데 노조가 동원되면 방법이 없다. 그런데 총선에 나설 후보는 지역의 민심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뽑겠다고 난리인데 우리 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대표단의 의지는 무시하면서 오직 자기 계파 출신들로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이라며 "진보통합 전 가장 우려했던 것이 민노당 분당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패권주의와 조직문화"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가 대표단 일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진보통합 과정에서 좋은 파트너로 여겨졌던 이정희 대표와 대화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당권을 장악한 배후가 있었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정체된 지지율과 야권연대의 난항에 이어, 대표단의 지도력이 완전 힘을 잃은 모습이다. 
 
실제로 지역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등 3인의 공동대표는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상태로, 여기저기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 대표의 한 최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복수의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들의 후보 조정에 대표단이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대해 "주요 당직자들이 정보를 다 틀어쥐고 대표단의 조정 노력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유 대표의 심기가 불편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 하겠다면서 이게 뭐냐"고 털어놨다.
 
사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31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19대 총선 지역후보 경선방식으로 ""조정이 되지 않았거나 후보 간 합의가 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 대표단이 후보 조정 또는 경선 방식 조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며 "당의 경선 후보들은 이와 같은 대표단의 조정 노력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조정을 위한 대표단의 입김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유 대표가 26일 대표단회의에서 "어느 한 곳에서도 전국운영위원회의 결의와는 달리 경선규칙에 관한 중재나, 후보조정에 대한 권고가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 같다"고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유 대표가 "몇몇 지역에서 저희 공동대표들이 제안한 경선규칙 조정 또는 후보 조정에 대한 안을 받아들여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통합진보당 대표단의 권한이 땅에 떨어진 모습이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정성희 당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통합진보당이 현재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 전 최고위원은 "특정정파의 무능과 패권이 통합진보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강구도의 어려운 조건에서 노동과 시민의 2인 공동대표 추가 선임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부문별-과제별 위원장, 30% 비례대표 인재영입을 지연시켜 당의 폭과 깊이를 스스로 축소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가 특정정파의 패권놀음으로 몇몇 지역구 후보조정이 난항을 거듭해 당의 심각한 균열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운영위의 결정 취지, 후보 본인들이 따르겠다는 약속에 기초한 중앙 후보조정위원회의 권고와 대표단의 절절한 호소가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며 "더 나아가 특정정파 입김이 작용하는 당 중앙선관위의 비상식적 여론조사방식 고집으로 후보경선의 왜곡, 파행이 걱정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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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