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해 9월15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로 인해 고액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보상받기가 힘들자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피해보상 신청자 등에 따르면 현재 소액보상은 완료됐으며, 현장 실사가 필요한 고액 보상 단계에 돌입했다.
애당초 정부는 2월까지 실사를 마친 후 피해 보상을 완료하려고 했으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재심의가 필요한 건들이 있어 3월까지 보상을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하라며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지나치게 많고, 직접 시간을 내 한전까지 방문해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러워 보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전 피해보상 50% 완료..소액 피해 우선 처리
지경부에 따르면 정전 피해보상은 현재 50만원 이하의 소액 건의 경우 대부분 처리돼 전체적으로 약 50% 정도 보상이 완료됐다.
지난해 정전 피해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체 신고 건수는 8962건이며 신고액은 6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접수된 피해건수 중 소액 신청자가 전체 신청건수의 51% 가량을 차지하는 등 소액 피해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전기위원회 산하에 정전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구성, 피해보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유형별 보상기준과 절차를 확정했다.
보상금 재원은
한국전력(015760)과 전력거래소·한국수력원자력·발전 자회사 5곳으로 구성된 정전피해보상 협의체에서 마련하기로 결정됐다.
한전에 따르면 그간 피해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을 첨부한 피해신고서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위원회는 가전제품 수리비 등 50만원 이하의 소액 피해를 입은 신청자들에게 우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명확하게 입증되는 신청자들에게 먼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탁상행정 견디는 사람만 보상금 받는다?
그러나 소액이 아닌 사례의 경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견디는 사람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내역을 확인한 후 정전과의 인과 관계를 따져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들여야하는 시간과 노력이 과다해 차라리 보상받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정전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피해 신청 금액이 크고 인과 관계가 불분명한 신청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급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피해신고서를 접수한 소상공인들은 매출과 증빙여부가 천차만별이라 별도의 면담을 진행한 뒤에 보상 규모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양식장이나 PC방·찜질방 등 소상공인들은 방대한 자료를 준비해 한전을 직접 찾아야가하는 등 절차가 번거럽다고 토로하고 있다.
9.15 당일 정전 피해를 입은 PC방업체 한 주인은 냉난방기고장(30만원)·모니터 7대 고장(21만원)·손님 미계산(4만원)에 대한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
그러나 이 주인은 통장사본과 신분증 사진·비품명세서·제품사양서·사고전 3개월 일별매출내역·과거 3년간 부가세 과세표준증명원 등을 가지고 한전으로 직접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PC방 주인은 "팩스로 관련 자료를 보내면 되지 굳이 왜 한전까지 방문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PC방 주인은 "보상을 받으려다가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시간도 없어서 포기했다"며 "이런 저런 서류를 직접 가지고 오라고 해서 지치게 만드려는 수법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지경부 한 관계자는 "양식장에서 물고기가 죽었다고 피해 보상을 신청한 경우 정전과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야하는 등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3월에 보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