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앵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치솟아 키코(KIKO)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입은지 올해로 4년째 인데요, 당시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검찰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한상대 현 검찰총장이 은행들의 무혐의 처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자세한 사항 취재기자들과 함께 알아봅니다. 법조팀 김미애, 최현진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김 기자 ‘키코사건’을 수사하던 담당 검사의 기소 의견이 한상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에 의해 묵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대체 수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 되었길래 그런 의문점이 증폭되는 건가요?
(자막)키코 무혐의는 한상대 총장 작품?(의혹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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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네, 키코사건의 ‘윗선 개입’ 의혹은 서울지검의 무혐의 처분 당시에도 일부 제기되기는 했지만, 수사를 담당했던 관련자의 '축소·은폐'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의혹의 단초를 제공한건 한 총장이 지난해 2월 서울지검장에 취임한 직후 간부급 임원들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키코사건 담당 수사팀에 ‘은행 다 죽일 일 있느냐. 키코 수사부터 마무리지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부분인데요.
김원섭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공대위)장은 이 같은 이야기를 당시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수사팀으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한 총장이 서울지검장으로 취임하기 이전 노환균 전 서울지검장 재직 당시인 2010년부터 키코 사건을 1년여 간 수사해왔던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당시 이성윤 부장검사)는 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줄곧 ‘기소 의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한 지검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불기소 의견’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키코사건 축소·은폐 의혹의 단초가 된 한 지검장의 발언은 차장과 부장검사, 담당 검사들이 함께 한 지검장 첫 업무보고 회의 석상에서 난데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차장급과 부장급만 참석하는 지검장 업무보고 회의 석상에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검사까지 배석해 현안을 설명했다는 점은 특이할만데요. 게다가 담당 검사는 업무보고에서 하루 종일 키코 수사내용에 대해 PT(프리젠테이션)를 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업무보고 이후 당초 지난해 2월로 예정됐던 ‘키코사건’ 처분 결과 브리핑은 한참 뒤로 미뤄졌고, 같은해 7월에 키코사건에 대해 서울지검은 무혐의로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수사팀에서 키코 사건을 담당했던 박성재 변호사와 수회 접촉을 시도했으나 박 변호사는 “이미 검찰을 떠난 몸이지만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당시 수사상황에 대해 어느 것도 답변해 줄 수 없다”며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즉답을 피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와의 의견 충돌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어이없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수사 차질
앵커:검찰이 키코사건을 수사하면서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기각했죠.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무척이나 이례적이고 그 이유 또한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법원의 어이없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수사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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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키코 사기의혹 고발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법원의 판결 선고 날짜인 지난 2010년 11월 29일이 되기 몇일 전 키코를 판매한 11개 은행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기각됐는데요. 핵심적인 이유는 두 가집니다. 첫째는 키코계약이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계약체결이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사의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기각사유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말이 많습니다. 물론, 영장 발부는 법관이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집니다. 하지만 압수수색영장은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과 다릅니다. 영장기각으로 수사는 큰 차질을 빚게 됩니다.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압수수색 영장청구에 대한 영장 발부율은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평균 90.7%에 이릅니다.
더군다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계약’이었는지 여부였거든요. 법원에서 미리 결론을 낸 셈이지요. “수사 필요성의 소명이 안됐다”는 이유도 논란거리입니다.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하면 압수수색 영장청구를 받은 법관은 범죄와의 관련성이 없거나 범위가 너무 넓을 때 영장청구를 기각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범위 등 부분적인 기각을 할 수 있고 방법을 제안할 수 있지요. 그런데도 영장이 기각된 겁니다.
이 때문에 그 시점에 이미 키코 피해 관련 민사사건 판결선고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영장을 기각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은행 내부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수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앵커: 다시 검찰 수사 상황 짚어보죠. ‘키코사건’ 수사팀 박성재 검사가 한상대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 공판부로 전보조치, 결국 사표를 제출했죠? 사실상 이번 수사를 주도해왔던 검사였던 터라 법조계 안팎에서도 박 검사(현재 변호사)의 사직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키코사건 무혐의 처분과 박 검사의 사직,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자막)주임 검사의 석연치 않은 사직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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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 네, 박 검사가 ‘키코사건’을 수사하던 중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조계에서는 ‘키코 수사에 대한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의 의견 차이’ 때문에 사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었습니다. 당시 본인은 강력히 부인한 바 있는데요.
그러나 최근 한상대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면서 불기소 쪽으로 기류가 바뀌어 박 변호사의 운신의 폭이 좁아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당시 한상대 서울지검장은 지난해 2월1일 취임 직후 열린 첫 업무보고에서 ‘키코사건’ 수사팀 검사에게 ‘은행 다 죽일 일 있느냐’는 지적을 했고, 당초 지난해 2월로 예정됐던 ‘키코사건’ 처분 결과 브리핑은 5개월이 더 지난 7월에 이뤄졌습니다.
한 지검장 취임 전에 수사팀에서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면 굳이 5개월이나 수사결과 발표를 미룰 필요 없이 당초 예정대로 2월초에 브리핑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합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은행들이 환헤지 상품인 키코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중소기업들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 혐의(사기)로 기소를 검토했으나, 수뇌부와 의견 충돌을 겪으면서 수사의 방향이 틀어졌다는 건데요. 박 검사는 지난해 5월24일 공판부로 전보조치 된 뒤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법무법인 민으로 자리를 옮긴 박 변호사는 공인회계사 출신 경력을 인정받아 서울지검 금조2부에 소속돼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강한 의지를 가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결국 박 검사는 두 사건 모두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내지 못한 채 검찰을 떠나게 됐습니다.
앵커:법원 판결은 은행측이 대부분 승소했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는데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은 우리나라 법원이 유일하다구요?
(자막)키코 민사소송, 한국 법원만 은행 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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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 네. 우선 독일은 은행들에게 엄격한 고객보호의무를 강조했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1년 3월 이른바 'CMS 스프레드 레더 스왑계약'사건에서 은행은 고객의 투자목표에 부합하는 적합한 상품만을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탈리아 최고법원은 설명이 안된 수수료가 포함된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손해를 본 지방정부들이 은행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계약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여겨질 경우 파생상품 채무를 은행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인도 오릿사 고등법원은 2008년 기업들이 은행들과 외환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본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검찰 격인 중앙수사국이 은행들을 수사해 책임을 묻도록 했습니다. 일본 법원 역시 은행이 억지로 판매한 외환파생상품에 대해 손해금액의 50% 이상을 지급하도록 조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 법원 보다 많은 배상책임을 은행에게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서울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고검에 계류 중이던 키코사건은 지난 6일 기각됐죠? 김기자, 키코사건을 공대위 측에서 재항고할지 여부가 정해졌나요?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의 진행 상황, 또 전망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자막)검찰 항고사건도 기각..키코 소송,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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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네, 키코 피해기업 공대위 측은 현재로선 재항고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검찰의 항고기각 사유의 요지는 ‘재수사를 하거나, 기소를 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항고기각 사유서를 충분히 검토한 이후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데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책임 유무를 묻는 민사소송은 무려 130여개가 진행됐으며, 기업별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대부분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으며, 은행 측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물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의 경우도 피해액에 비해 배상금액은 턱없이 작은 상황입니다.
키코 사태가 벌어진 이후 4년여가 지났지만 검찰과 법원은 각 기관에서 내린 첫 번째 판단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줄곧 ‘부실수사·부실판결’이라고 비판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지난해 7월 내린 무혐의 처분과 2010년 11월 “불공정 상품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첫 번째 법원의 판결에서 제자리 걸음인 상태입니다. 키코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을 검찰과 법원, 혹은 특검을 통해 풀어내지 않는 한, 앞선 검찰과 법원의 판단 결과를 뒤집기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최 기자, 수 백개의 중소기업에게 커다란 손해를 입힌 키코는 어떤 상품인가요? 키코사건의 대략적인 전개 상황을 알려주시죠.
(자막)키코는 어떤 상품? 키코 전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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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네. 우선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팔 수 있도록 설정된 파생금융상품으로 2006년부터 2008년 초에 집중적으로 판매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키코 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은행과 피해 중소기업 간의 법적 공방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4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책임 유무를 묻는 민사소송만 130여개인데요. 현재 기업별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민사소송은 대부분 원고패소 판결이 나왔으며, 은행 측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물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의 경우도 피해액에 비해 배상금액은 턱없이 적은 상황입니다.
한편 키코 피해기업 공대위는 지난해 7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 11곳을 사기죄로 고발했는데요.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에 공대위는 지난해 8월 강력 반발하면서 서울고검에 항고했는데 이 역시. 이틀 전 지난 6일 기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