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의혹)키코(KIKO), 어떤 상품인가?

전문가들 "키코, 어린 아이에게 총 쥐어주는 격"

입력 : 2012-02-08 오후 2:52:43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는 원/달러 환율을 거침없이 밀어 올리면서 키코(KIKO)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입었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키코 사태는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을 수사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키코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 위험한 상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수 백개의 중소기업에게 커다란 손해를 입힌 키코는 어떤 상품일까.
 
◇불공정한 구조 가진 키코(KIKO)
 
키코(KIKO ; Knock-In, Knock-Out)는 통화옵션계약 상품 중 하나다. 통화옵션은 미래의 특정시점에 특정한 통화를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매입할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call option), 매도할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put option)으로 불린다.
 
키코는 회사와 은행이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 놓고 계약기간 중에 환율이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상한선에 해당하는 환율로 달러화를 계약금액만큼 매도할 수 있게 설계된 상품이다.
 
만약에 환율이 계약할 때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계약이 무효화된다.
 
반면, 환율이 약정한 상한선 위로 한번이라도 올라가게 되면 회사는 계약금액의 2~5배의 금액을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인 계약환율로 매도하게 되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 키코 상품의 기본 구조 (출처 :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즉, 은행은 계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겨갈 수 있는 반면, 은행과 계약한 기업은 환율이 약정환율 밑으로 하락하면 계약자체가 해지되기 때문에 이익금을 챙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피해기업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근본적으로 이런 상품의 구조 자체가 불공정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 금감원과 공정위 모두 한결같이 불공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기업들은 왜 키코에 가입했나?
 
수출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에 따라 손익의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유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옵션상품을 계약해 왔는데, 이 중 하나가 키코다.
 
특히 키코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던 상품이었다. 환율변동에 대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환헤지 수단으로 통화옵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이용해 통화옵션의 거래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또 대부분 은행들은 2007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에 있다는 점, 원화가 타 통화에 비해 약세추세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환율 상승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같은 국내외 사정에 발맞춰 국내 시중은행들은 2007년 7월부터 공격적으로 키코 영업행위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의 키코 영업행위는 주로 수출대금이 있는 우량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 은행은 환율상승에 따라 무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출처 :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결국 키코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은 환율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 2008년 이후 급증세로 돌아서면서 큰 손실을 입게 됐다.
 
환율이 일정 하한선으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손실이 제한된 은행과는 정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에는 제한선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기업들의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 "키코, 어린 아이에게 총 쥐어주는 격"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키코가 환헤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한 투기상품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오영중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론적으로는 환헤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위험성을 다 담을 수 없다. 상품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완전한 사기"라면서 "한국에는 맞지 않는 상품이다. 한국시장은 환율변동이 너무 크기 때문에 커버할 수 없는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어 "예를 들면 문구점 주인(은행)이 초등학생(기업)에게 안전장치가 되어 있어 이걸 풀지 않으면 안전하다며 총을 파는 것과 같다"면서 "오발로 인해 자신이 다칠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 초등학생은 그런 지적능력이 부족해 총을 산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겔 교수는 한국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될 당시 법정에 출석해 "키코 통화옵션계약은 은행 폭리구조이며 불공정하게 설계되었다"면서 "환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고 진술했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 출강하고 있는 이희종 박사도 논문을 통해 "키코는 장외파생상품으로서 그 구조가 복잡하며 회사가 큰 손실을 볼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은행은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다만 키코 계약을 체결한 회사도 계약의 위험성은 무엇인지 등을 잘 검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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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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