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새누리당이 독립된 형태의 공영방송 수신료 산정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허원제 의원은 오는 10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계획이다.
허 의원이 검토 중인 수신료 기구는 독일식 모델을 본뜬 것이다.
독일은 공영방송사의 재정수요를 심사하고 조사하는 ‘공영방송재원조사위원회’를 설치해 16개 주에서 추천한 방송법학자, 경제ㆍ경영전문가, 방송기술자, 회계감사원 등을 위원으로 두고 내용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위원 임기는 5년이지만 기구 자체는 어느 기관에도 종속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허원제 의원실 관계자는 “임시조직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전문가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수신료 문제는 물론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온전히 계획만 놓고 보면 학계와 시민사회 야당이 수년 동안 대안으로 제기했던 가칭 ‘수신료위원회’와 유사한 모습이다.
허 의원이 이 같은 안을 내놓게 된 배경은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과정에 KBS 입김만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되다 최종 의결 과정에서 논의 자체가 국회 안 정쟁으로 변질되는 양상이 매번 되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결정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회에서 표결을 거치지만 KBS 이사회 다수를 여당 인사가 점하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여당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구도가 고착돼 왔다.
실제 지난 2010년 11월 KBS 이사회가 수신료 1000원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KBS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민사회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여야 찬반구도 아래 줄곧 파행을 겪었다.
여당은 지난 달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여야소위원회 구성안’을 처리했고 이후 소위는 한 달이 넘도록 구성도 안 된 상태다.
소위 자체가 국회 안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면 ,허 의원이 검토 중인 수신료 기구는 독립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하지만 해당기구가 가시적 형태로 윤곽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신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토대가 무르익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진영은 KBS의 공정성 회복이 우선이라며 수신료 인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야당은 수신료 기구 안이 지난달 소위에 뒤이은 여당의 또 다른 꼼수라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지난 연말 당시 한나라당이 6인소위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바 있지만 KBS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권의 반대도 거세지만 지난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다 야당 회의 도청과 얽힌 추문을 해소하지 못한 KBS의 무책임한 모습은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민주통합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만 주구장창 요구할 게 아니라 자구 노력을 담은 대안을 내놓으라고 계속해서 이야기 했지만 KBS는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KBS의 자성이 먼저라는 견해를 내놨다.
수신료 기구 설치는 방송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때문에 여당이 KBS에 '성의'를 표시하려는 의도에서 수신료 기구 안을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언론단체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 인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의원들에게는 표를 잃는 행위라면서 아마도 KBS의 눈치를 보느라 '뭔가 보여주기'를 위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