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주식양도차익 과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입력 : 2012-02-09 오후 1:12:09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최근 주식양도차익 과세 방안에 증권업계는 물론 주식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도 과세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 논의가 촉발됐다.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 주장은 이미 20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시장위축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에 묻혀 지금까지 논의가 보류돼 왔다. 그러나 다른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은 모두 과세하면서 유독 주식만 비과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공정과세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현재 주식은 비상장 주식과 대주주가 전체 지분의 3% 이상이나 100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양도차익을 과세하고 있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은 0.3%(유가증권시장은 농특세 0.15% 포함)의 거래세만 내고 있다.
 
문제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논의 방향과 출발점이 잘못돼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주식양도차익 과세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이 많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복지확대 정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재원마련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양도차익을 과세하더라도 지금보다 세수를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식거래로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반대로 손해를 입을 경우에는 손실을 공제해 주는 게 이치에 맞다. 단순히 투자자들이 거래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세수가 늘어날 것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게 되면 중복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수확보 목적의 양도차익 과세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한국 자본시장이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에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 세금 논의를 촉발한 장본인인 여당은 막상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의 우려가 불거지자 꽁무니를 빼고 있는 형국이다.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 범위를 현재보다 확대하는 대신 일반투자자 과세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찬반양론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정부 차원의 연구작업과 공청회 등을 거쳐 제도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나라 가운데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위스 3개국만 주식 양도차익을 전면 비과세하고 있을 뿐이다. 아시아에서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있을 정도로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동북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를 지향하는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이 더 이상 '후진국'이라는 오명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그 논의를 구체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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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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