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이에 따른 카드업계의 손해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수익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손해를 입은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축소 등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나설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사례다"..카드사 반발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9일 통과했다. 이에 대한 세부기준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법안이 시행되면 일반가맹점과 대형가맹점이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아직 금융위에서 세부기준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한 만큼 카드사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안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될 것은 명확하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곧 가격인데 정부가 가격을 입법형태로 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에 대해 당국이 일률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며 "다른 산업분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 없는 사례로 부작용이 우려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경쟁을 무시한 채 이해당사자 없이 법안이 통과된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해 당사자인 업계, 관계당국, 가맹점 3자가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문제를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합리적인 근거나 기준 없이 여론에 떠밀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소득 가맹점·유흥업종 배불리기..결국 소비자 피해로
카드사들이 지난해 가맹점수수료 인하방안을 내놓은 후 이미 70%에 가까운 가맹점이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은 상대적인 고소득 가맹점과 유흥업종에게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금지법이 고소득 가맹점과 유흥업종만 배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로써 손해를 입은 카드사가 고객혜택을 축소하고 나설 것이 불가피해, 결국 이번 법안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현행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현행 2.05~2.15% 수준이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도 1.6~1.8% 수준으로 인하했다.
이로써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의 68.1%(151만7000만개)를 차지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전체 가맹점 중 68%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다"며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에 관한 법안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인하된 수수료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연매출 2억원 이상의 가맹점이나 유흥업종을 위한 것 아니냐"며 "이로써 손해를 보는 카드사들은 결국 부가서비스 줄이며 수익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카드사가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를 줄이더라도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적용받은 가맹점이 원가를 낮추면 소비자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가맹점이 스스로 원가를 낮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만 피해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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