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그리스 의회가 2차 구제금융의 대가로 제시된 재정긴축안을 통과시켰다.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지만, 첫 단추를 일단 뀄다는 점에서 시장은 안도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가 2차 구제금융 지원 대가로 요구한 재정긴축안을 과반수의 찬성으로 승인했다. 전체 투표자 300명 중 찬성 199표, 반대 74표로 결의된 것이다.
이 긴축안은 최소임금 22% 삭감, 1년 안에 공무원 1만5000명 해고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 아테네의 격렬한 시위..반발 여론 확산
그러나 그리스의 앞길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리스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아진 상태가 아니며 반발 여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긴축안은 그리스 제1,2당인 사회당과 신민당의 찬성으로 일단 승인된 상태지만 극우정당인 라오스는 표결 자체를 거부했다. 때문에 외신들은 "구조 개혁, 임금과 연금 삭감에 있어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고 있는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도 "4월 총선 이후, 이번 긴축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협의되야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제 그리스의 사회당과 신민당은 4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경제개혁 조치를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보장하는 서약서를 유로존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리스의 막판 진통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긴축안 수용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반대도 거세 문제다. 요르고스 카미니스 아테네 시장은 "아테네 시내에 17개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였으며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국립은행, 유로뱅크EFG 등 그리스 대형은행들도 기습공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 유로그룹, 이번엔 그리스 믿을까?
앞서 유로그룹은 지난 9일 긴급회의에서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이 그리스에 지급되는 것을 보류시켰다. 아직 그리스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3가지 조건을 제시, 15일 개최되는 유로그룹 회의 때까지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유로그룹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은 ▲긴축조치에 대한 의회 비준을 받을 것 ▲3억2500만유로의 지출을 추가로 줄일 계획을 내놓을 것 ▲4월 총선 이후에도 경제개혁 조치를 이행을 약속할 것 등이었다.
이번 15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믿을만 한지'를 다시 한번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2차 구제금융에 대한 최종 승인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합의를 승인해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그리스 긴축안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했다.
그는 또 "금융 지원은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그리스는 대대적인 구조적 개혁을 우선적으로 단행해야 할 것"이란 의견을 전했다.
만약 15일 회의에서 유로그룹이 구제금융을 승인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다음달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145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제프리 시카 시카 웰스 매니지먼트 대표는 "금융시장에 유로존 공포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며 "그리스는 과거 긴축안을 가결한 뒤에도 고통스러운 감축안을 시행할 것이란 약속을 어긴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는 유로존을 파국으로 몰고 갈수 있기 때문에 유로그룹이 구제금융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EU 정책결정자는 "지난 유로그룹에서 구제금융안 승인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리스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