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최태원 전면에 나선 하이닉스호 어디로

입력 : 2012-02-14 오후 8:24:14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앵커 :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그 동안 대주주를 찾지 못해 고전했던 하이닉스는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금 횡령 배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선임 전부터 진통을 겪었던데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한 전망 알아봅니다. 이형진 기자 나왔습니다.
 
이기자. SK텔레콤(017670)이 오늘 하이닉스 인수작업을 마무리했죠? 이어서 이사회를 통해 최태원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요. 간단히 내용을 요약해주시죠.
 
기자 : 네. SK텔레콤은 오늘 하이닉스(000660)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주식 총 1억4610만주에 대한 주식인수 대금 3조3747억원을 납입 완료함으로써, 하이닉스 총 발행주식의 21% 가량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7월 8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과 함께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한 이후 약 8개월 여만에 인수작업이 완료된 겁니다.
 
앵커 : 오늘 이사회에 앞서 어제 임시주총에서 사건이 좀 있었죠? 최태원 회장에 대한 이사 등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우연찮게도 반대측 인사들이 다 국민연금 등 정부측 추천인사들이었는데요.
 
문제는 국민연금이 정말 최 회장의 이사 등재를 반대했는가와 반대했다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하이닉스에서 지분을 뺄 가능성이 있냐는 거죠? 어떻습니까?
 
기자 : 일단 국민연금의 공식입장은 중립이었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어제 소동과 상관없이 국민연금은 하이닉스 지분을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제 주주가치를 얘기하고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했던 일부 정부측 인사가 사퇴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시장에서는 최 회장 이사 선임 이후 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시쳇말로 정부의 재벌때리기에 동조하시면서 하차하신 분들은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이사로 선임되면 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셨나 봅니다.
 
앵커 : 그렇군요. 오늘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 중에 눈에 띄는 결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첫번째가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이 되었고, 두번째가 SK텔레콤의 하성민 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 기자는 이 구도를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 : 네. 일단 SK텔레콤 등 SK그룹은 올해 4조2천억원을 하이닉스에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그동안 단기 성과에 급급해 투자에 인색했던 채권단과 달리 SK그룹은 글로벌 선두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시동을 걸게 된 것인데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줄 사람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표이사 회장 등재는 하이닉스의 앞으로 행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SK(003600)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바로 수익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3~4년 동안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통 큰 결정이 분명히 필요한데 그 역할과 책임을 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으면서 해결해나갔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이사회 의장직 수락인데요. 사실 이사회 의장이라는 것은 경영에 대한 법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당초 최 회장이 의장직을 맡을 생각이었지만 끝까지 공란으로 남겨뒀다가 최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하 사장에게 돌아갔습니다.
 
제가 통신 쪽을 출입하면서 봐왔던 하 사장의 스타일은 터프하면서도 굉장히 꼼꼼한 스타일입니다. 강약 조절이 잘되는 한편, 재무통으로 투자 적격이나 관련된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최 회장이 그룹 오너로써 그룹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하더라도 하이닉스를 꼼꼼히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발생할 텐데 그에 대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앵커 : 궁금한 것이 그 동안 하이닉스를 이끌어 온 권오철 사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 권오철 사장은 그대로 대표이사 사장직을 유지합니다. 오늘 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각자대표 체제로 간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각자대표는 투자나 계약 등 법적인 행위를 할때 최 회장이나 권 사장 어느 한명의 사인만 있으면 가능하기때문에 최 회장 유고시에도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합니다.
 
각자 대표 체제 아래서 권사장은 채권단의 끊임없는 간섭 가운데 진행했던 경영활동보다 훨씬 자유로운 경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 그렇군요. 인수 의향서 제출부터 SK텔레콤이 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구현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사회 의장으로 하 사장도 앉았구요. 과연 시너지가 가능합니까?
 
기자 : 사실 저도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일단 SK텔레콤 자체가 내수 사업인데다 제조업인 하이닉스와 시너지를 찾기 힘들어 보였거든요.
 
일각에서는 정부 측에서 하이닉스를 SK그룹에 떠 안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터였으니까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난해 말 SK그룹 고위관계자와 관련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생겼었는 데 양사간 시너지를 찾을 길이 막막하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시너지도 안나는 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에게 악재가 아닌가요?
 
기자 : 그렇지는 않습니다. SK그룹의 주력사업들은 정유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이동통신기업 SK텔레콤인데 대표적인 내수사업·정부규제 사업이었습니다.
 
내수기업 이미지 때문에 그룹의 위상에 비해 저평가 받아왔던 게 사실이구요. 또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규제를 가하면 그룹의 수익성이 급격한 영향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프로덕트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시너지가 문제인데요. 오늘 공식 자료나 내부 의견을 들어보면 계열사간 시너지보다 다각화로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한 그룹내 사업 방향이 다각화라면 하이닉스는 그동안 해오던 반도체 사업을 쭈욱 잘하면 되는 구조로 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앵커 : 앞서 올해 투자만 4조 2천억원이라고 했어요. 투자가 어디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 일단 모바일이나 노트북에 이용되는 낸드플래시 쪽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낸드플래시는 반도체 중에도 수익성이 좋거든요.
 
또 반도체 1위 삼성전자도 낸드플래시의 일종인 모바일AP쪽에 신경을 상당히 쓰고 있고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도 그 트랜드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이구요.
 
그동안 돈이 없어서 좋은 인재를 못 끌어왔다고 하니까 인력 투자에도 일부 비용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마지막으로, SK그룹의 문화 자체가 모래알 응집력으로 불릴 정도로 개인화 돼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응집력이 강한 하이닉스 문화가 변질돼서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어요?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 하락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 그런 우려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SK그룹이 큰 인수합병이나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동력을 찾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첫번째가 유공이었구요. 두번째가 한국이동통신이었습니다. SK그룹은 세번째 퀀텀점프의 기회로 하이닉스를 꼽았습니다.
 
SK그룹은 인수합병 이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그 동안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왔고, 정유나 이동통신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봤던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 자체가 급격한 경기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SK그룹의 선택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1~2년 뒤면 곧바로 알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대표이사 회장에 추대된 최 회장이 일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각자대표 등의 형태로 만일의 경영 공백 사태에 대비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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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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