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그리스가 유로존 첫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5일(현지시간) 개최 예정이었던 회의를 컨퍼런스콜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며 그리스에 대한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을 또 한 번 미뤘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그리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15일 열리는 유로그룹 회의를 콘퍼런스콜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회동이 취소된 이유는 '그리스 탓'이라며 "그리스 정치권은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된 내용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는 그리스 주요 정당 대표들로부터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안을 이행할 것을 확약하는 서면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그리스 차기 총리로 선출가능성이 높은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4월 총선 이후에 긴축안 추가 협상할 여지를 남겨놓을 것이란 입장을 취하며, 확약서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에도 유로그룹은 "지난 며칠간의 그리스는 중요한 진전을 보였지만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구제금융 지원결정을 미뤘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유럽 정책자들 사이에서는 그리스가 긴축안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회의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우리(유로존)는 모든 것을 서면으로 확실하게 하고 싶다"며 "한치의 틈도 없이 완벽한 패키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가 유로존이 요청한 사항을 완벽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기 않으면 추가 지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지원 놓고 EU 내부 의견 엇갈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그리스 지원 여부를 놓고 유럽연합(EU) 고위 관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의 디폴트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로존 정책 결정자들이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외신은 "그리스의 구제금융안 집행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며 "특히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 EU 고위 관료는 "그리스의 디폴트가 입박했다"며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의 참을성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EU 관계자는 "유럽연합 내부적으로 그리스가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구제금을 집행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시하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로존은 그리스 위기가 시작된 2년 전보다 디폴트에 대처할 준비가 갖춰졌다"며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 보다 그리스가 차라리 디폴트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란 입장을 표했다.
◇그리스, 4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그리스가 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는 지난해 그리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6.8%를 기록, 4년 연속 침체를 지속했다는 소식에 한 층 더 높아졌다.
14일(현지시간) 그리스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7.0%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도 그리스 정부 전망치인 -5.5%보다 낮은 -6.8%로 공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는 안 그래도 어려운 그리스의 생존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구제 금융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이 구제금융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긴축안을 수행해야만 한지만 이 강도 높은 긴축안 이행할 경우에는 그리스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은 낮아기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