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도취된 한명숙號 1개월

표류하는 리더십.. 당 안팎 산재한 암초 뚫을까

입력 : 2012-02-15 오후 2:09:1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민주통합당 한명숙호가 15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분열된 제 세력 간 통합을 모태로 했기에 대중적 기대는 컸다. 이는 당 지지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1.15 전당대회를 전후로 지지율이 수직상승, 2월 들어서는 한나라당(現 새누리당)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집권 말기 관례처럼 터져 나온 대통령 친인척·측근들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반사이익도 한몫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박희태 국회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권 실세로 권력을 누렸던 6인회의 몰락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박 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관여된 돈봉투 파문은 '차떼기당'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며 구체제와 단절하려는 박근혜식 쇄신을 일순간에 수포로 만들었다.
 
대외적 환경의 변화는 한명숙 체제에 더할 나위 없이 힘을 실어줬지만 이에 고무된 탓에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공천혁명 등 쇄신책은 다소 미흡한 쪽으로 흘렀다.
 
반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된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기용하는 등 첫 작품인 당직 인선부터 논란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호남 홀대론이 불거지며 반발 전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선 문성근 최고위원의 공세에 직면했다. 통합의 한 축인 시민통합당 출신을 배려치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다른 통합의 축, 한국노총의 불만도 함께 쌓였다. ‘도로 민주당’ 인선을 보며 통합의 들러리로 선 게 아니냐는 한숨 섞인 후회도 흘러나왔다.
 
뿐만이 아니었다. 내부 정비에 몰두한 나머지 대여 공세의 방향타를 잃어버렸고, 원내 전략의 부재는 사상 초유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 부결로 이어졌다. 한미 FTA를 놓고도 폐기냐 재재협상이냐 기본 방침조차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석패율제 도입과 선거구 획정에 대한 당초 소신은 통합진보당과의 조율 미비로 유야무야됐다.
 
특히 4월 총선 야권연대에 대한 소극적 자세는 “지지율에 도취돼 오만에 빠졌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낳았다. 당 내외 각 정파 간 이해와 반발을 뚫고 갈 리더십이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조정자와 리더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름에도 한 대표는 총리 시절 조정자 역할에만 그치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험난한 굴곡의 여정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제 한 대표와 지도부 간 허니문은 끝났다”며 향후 거친 공세를 예고했고, 각 갈래로 나뉜 계파 간 지분경쟁도 수면 위로 부상, 본격화할 조짐이다. 통합진보당은 계속해서 야권연대를 압박하고 있으며, 박근혜 체제로 재탄생한 새누리당은 한미 FTA 쟁점화에 적극 가담하며 역공에 돌입했다.
 
잘 나갈 것 같던 당 지지도 역시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외곽에는 여전히 안철수라는 대안이 거목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제도권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시선도 여전히 거둬지질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평가도 야박하기 그지없다. 김능구 정치 컨설턴트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면서 “총선을 목전에 둔 현 야권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다 적극적 리더십을 주문한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과거 친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체성 및 존재감의 혼선과 부재, 방향 설정과 완급 조절의 한계 등을 꼬집었고,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도 “쇄신의 미진함, 인선의 논란, 야권연대에 대한 소극성 등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호남당 색채를 벗어난 새로운 정체성 정립, 여성 할당제 등 제도적 보완 노력 등은 긍정적 평가의 요소”라며 “한 달이라는 시간은 자기 색깔을 명확히 드러내기엔 부족하다. 좀 더 지켜보자”고 평가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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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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