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2000선 안착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8월 이후 급격히 확대됐던 변동성이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연착륙을 위해 그동안 제한했던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허용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금융주 공매도 금지 논리 빈약"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주가의 급락을 막고자 11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은 해제했지만, 금융주에 대해서는 여전한 불안한 해외상황을 감안해 공매도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 프랑스와 벨기에 등이 금융주 공매도를 허용키로 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경제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유럽에서조차 더이상 공매도를 시장불안과 연관짓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의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은 논리가 맞지않는다"며 "평균 30%정도인 미국의 시장내 공매도 비중과 비교하면 국내는 전체의 5%내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당국은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금융주의 공매도를 제한하면서도,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주식선물이나 주식스왑은 허용하고 있다"며 "결국 공매도나 선물, 스왑은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주 공매도, 한국형 헤지펀드 키워드"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주의 공매도 해지는 예전부터 금융위원회에 건의된 상황"이라며 "당시에는 주가가 1700선을 올라서면 해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에 나선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비금융주 공매도 허용 당시 금융주도 허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제한이 풀리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이 원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략의 다변화 측면에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주의 공매도는 종목간 스프레드가 커졌다 좁혀질 경우 수익기회가 발생하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며 페어 트레이딩은 초기 헤지펀드 전략의 80%이상을 차지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주요 핵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 질수록 활용하기 좋은 롱숏전략은 금융주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는 제한된 종목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각종 이벤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결국 초기 헤지펀드 시장 정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 담당자는 "훨씬 다양한 롱숏 전략을 마련하려면 과거 대차거래 당시처럼 금융주에 대한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지수만 놓고 봐도 선물이나 옵션 매도보다 금융, 증권주의 공매도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들도 "공매도로 인한 급격한 가격하락을 막기위해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도입됐던 업틱룰(up-tick rule)조차 하락장에서 가격하락을 제한하는 기능을 보이지 못하며 폐지됐다"며 "오히려 규제는 거래량과 신규자금 유입을 위축시켜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하고 가격하락폭을 증대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준석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시장교란 가능성과 관련해 "공매도를 완전 허용하더라도 일단, 단계적으로 공매도 보고의무를 강화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거래주식별·일별 공매도 거래한도를 규정하거나, 부분적인 제한조치를 통해 리스크 변동성에 대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