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이 대반격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대야 공세의 초점은 ‘한미FTA’에 집중됐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주요 당직자들은 17일 마치 사전 각본이라도 맞춘 듯 일제히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를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한미FTA를 야당이 된 지금 뒤집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명숙 대표가 당시 국무총리로서 보였던 한미 FTA에 대한 소신을 상기시키며 코너로 몰아붙였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적임을 부각, 야권의 축으로 올라선 친노 진영의 분란을 꾀하기도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정신과 맥을 잇겠다고 한 만큼 이에 대한 입장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지도부가 폐기를 주장하다 슬그머니 재재협상으로 물러섰는데 ‘한판 붙어주겠다. 올 테면 오라’는 게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4.11 총선 구도를 한미 FTA 찬반 전선에 맞추는 데 주력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7일 기자에게 “민주당이 한미FTA를 꺼내든 것은 중대 실책”이라며 “4대강이나 무상급식 전선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전선을 한미 FTA 찬반으로 몰고 갈 경우 아킬레스였던 정권 심판론이 희석되는 동시에 보혁 대결이 구축돼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도 섰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원칙과 신뢰, 일관성 등이 부각돼 실추된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또한 재벌개혁에 반발하는 재계와 보수언론을 다독이고 보수층을 재결집할 수 있는 등 여러 모로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게 관계자의 주장이었다.
정책 전선이 ‘한미FTA’라면 인물 전선은 도덕성 검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네거티브 전략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우려해 대외적 언급보다는 여론 확산을 통한 이미지 각인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난적’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1차 공세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적할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탓에 정면대결보다는 도덕성 깎아내리기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주위와의 연계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현대차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의원이 연결고리다. 특히 부산 출신의 정 전 비서관은 문 고문이 출전한 부산 사상의 조직을 관리해왔을 뿐만 아니라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맡는 등 문 고문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전 의원도 현대차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고 전해철 전 민정수석 등 당시 청와대 고위층에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당 출신의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집중 점검에 나서고 있어 일단 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강 의원은 안 교수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하는 등 무차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X맨으로 훌륭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강 의원의 고발건을 17일 조사부에 배당하고 안 교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병역면탈 방지를 위해 병무청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도 박 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으로선 강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과의 공식적 상관관계가 없는 만큼 부담 없이 관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