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특별당비 모금에 나섰다. 그런데 모금의 대상이 구 국민참여당 당원들로 한정돼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유 대표는 16일 당 게시판에 "옛 국민참여당 당원 동지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글을 올렸다. 유 대표는 이 글에서 특별당비 모금에 나선 사연을 전하고 있다.
그는 "'국민참여당 펀드상환 및 총선승리를 위한 특별당비모금운동본부'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며 "옛 국민참여당 중앙당은 세 주체가 통합할 당시 약 1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초 몇달 동안 당원들에게 빌렸던 '희망펀드'"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일정한 득표를 해서 국고보조금이 증가하면 그것으로 상환할 계획"이었다며 "법률적으로 보면 이 부채는 통합진보당이 승계하였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 국민참여당의 부채"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선이 끝난 뒤에 이 부채를 갚기 위한 옛 국민참여당 당원들의 특별당비 모금운동을 할 계획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 재정이 어렵다. 현재 중앙당 재정은 선거비용을 환급받는 6월 10일 이전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수입과 지출은 균형이 맞게 되어 있지만 3월부터 선거 시기까지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빠질 전망"이라며 "어디서 일시적으로 빚을 얻어오든가, 그렇지 않으면 당원들이 특별당비를 내야 한다. 식구는 늘었는데 국고보조금은 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민망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옛 국민참여당 당원들의 희망펀드 부채 갚기 특별당비 모금운동"이라며 "총선 이후 하려고 마음먹은 일인데 조금 앞당겨서 지금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계좌를 하나 따로 지정했다. 그리고 그 액수만큼 옛 국민참여당 중앙당 부채는 감소한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 유 대표가 직접 당게에 글을 쓴 것, 이러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낸 것, 음성메시지를 담은 전화를 돌린 것 등의 활동은 총선 직후 갚으려고 했던 옛 참여당의 부채를 미리 모금하여 중앙당 재정에 보태고, 선거가 끝나면 돌려받아 채무를 갚는 데 쓰려는 의도인 것.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주체가 진통 끝에 통합에 성공하면서 이들은 서로의 부채는 각자가 해결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유 대표는 국민참여당 시절 4.27 김해 재보선의 패배로 당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자 당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당원들은 펀드 형식의 모금으로 9억여원을 빌려줬었다. 그 돈의 상환 기일이 오는 8월 31일인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세 주체 간 통합은 이루었으나 현재 과도기 운영 단계에 놓여 있고, 각자의 부채는 스스로 해결키로 하는 등 '한지붕 세가족'의 살림이라고도 볼 수 있기에 작은 진보정당의 진성당원제로 당을 꾸려오던 유 대표로서는 이번에도 당원들의 참여에 호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참여당 출신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거대 양당들의 운영구조와 우리는 완전히 다르다"며 "국고보조금이 적으니 당원들이 십시일반 어려울 때 돈을 걷어 당을 꾸려 나간다. 돈봉투 논란 같은 것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낮은 지지율로 비롯된 것인지라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모금 하루만에 1000만원이 넘게 모였다. 10만원씩 2000명이면 1차 목표인 2억원을 달성한다. 총선 전에 목표를 달성해서 당의 총선 대비 자금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시민 대표도 "당원 동지 여러분께 늘 미안하다. 매번 애를 태우게 하고 돈을 내게 하고 자원봉사를 뛰게 하고, 그렇게 많은 것을 받고서도 아직 제대로 돌려드린 것이 없다"고 미안해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그래도 이 길이 가야 할 길이라 믿으면서 오늘도 이 길을 간다"며 "여러분이 더 오래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글을 맺어 애틋함을 표시했다.
상환해야 할 펀드 자금이 6개월 넘게 남았음에도 중앙당의 재정에 보탬이 되려고 모금에 나선 유시민 대표의 노력이, 통합진보당의 총선 성과와도 연결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