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돈봉투' 살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드디어 박희태 국회의장(74)을 겨누면서 사건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9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박희태 국회의장 공관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돈봉투' 사건의 발단은 고승덕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고 의원은 지난달 4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7월 당시 전당대회가 열리기 2∼3일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인 5일, 해외 순방 중이던 박 의장은 "돈봉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고 한나라당은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8일 고 의원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수사는 본격화 됐다. 이날 고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조사에 앞서 "이번 일로 한국정치가 깨끗한 정치 신뢰받는 정치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고 밝히고 "자세한 것은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모두 밝히겠다"며 조사에 임했다.
검찰은 이어 11일 고 의원측에서 되돌려 준 돈을 받은 사람으로 지목된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40)를 불러 조사를 했다. 이어 전대를 앞두고 서울 지역 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건넨 뒤 서울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각각 50만원씩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54·구속기소)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도 함께 실시됐다.
돈 봉투 파문 속에 해외순방을 나섰던 박 의장은 그러나 지난달 18일 귀국과 함께 이뤄진 기자회견에서도 역시 "오래전 일이라 모르는 일이다"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의장의 측근들을 줄소환 하면서 박 의장을 압박했다. 박 의장의 귀국 인 16일엔 안 위원장이 구속됐고, 박 의장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이 라미드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과 전당대회 직전 1억5000만원 상당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한편, 수표를 인출해 5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수억원에 달하는 캠프 비용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른바 '윗선'개입 의혹을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해 답답하던 검찰수사는 3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씨에 대한 비공개 조사에서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고씨는 지난달 세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는 고 의원실에서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돈은 자신이 직접 썼다고 진술해왔었다. 그러나 지난 3일 검찰 비공개 조사에서 태도를 바꿔 "전당대회 다음날 오전 돈봉투를 돌려받고 오후에 박 의장의 전당대회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고씨는 또 동아일보에 보낸 고백의 글을 통해 "정작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 수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고씨의 결정적 진술이 나오자 9일 박 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의장직 사퇴의 뜻을 내비쳤고, 13일에는 사퇴서를 제출한 뒤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수석(60)은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15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로써 한 달을 넘긴 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살포의혹 수사는 결국 박 의장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면서 정점을 찍고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 드는 형국이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새누리당 돈봉투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수사결과에 따라 박 의장과 사건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