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4·11 총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여야가 내세우는 표면적 명분 이면에 내재된 실질적 속내는 '밥그릇 싸움'이다. 각 당이 자신들 텃밭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상대 지역을 통폐합하려는 정략적 계산이 짙은 터라 절충이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문제는 대립 과정이 노정되면서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해당 지역구의 집단반발 또한 거세졌다는 점이다. 이는 새누리당 정개특위 간사 주성영 의원과 경남 남해·하동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소속 여상규 의원 간 드잡이라는 진풍경 연출로 이어졌다.
또한 선관위가 우려하는 선거인단 명부 작성에 차질이 불가피해짐은 물론 해당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의 움직임까지 혼선을 빚게 됐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 받는 18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국민에게 보여주는 정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기장군 단독선거구 쟁취위원회, 한국수산업경영인 중앙연합회와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20일 국회에서 잇따라 성명을 내고 "농어촌 지역을 희생시키는 선거구 획정 야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어촌 지역민이 자기 지역 대표를 뽑을 권한마저 빼앗아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남해·하동군과 곡성·담양·구례 등 지역구민 1000여명은 이날 상경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헌법기준상의 존속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농어촌이 말살당하고 무시당하고 있다"며 "생존을 걸고 투쟁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뭉쳤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비공개 협상을 열었지만 첨예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새누리당은 영호남에서 각각 1석과 비례대표를 1석 줄이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민주당은 영남 2곳, 호남 1곳을 줄여야 한다고 맞섰다.
정개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주성영 의원은 "양당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간사 간의 회담이 있었지만 뜻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가고 있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이번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구 획정이 선결돼야 하고, 획정되지 않으면 공천심사는 물론이고 유권자들의 심대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제안한 노원구와 성동구 가운데 한 곳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주 의원은 "전국 자치구 가운데 한 자치구에서 국회의원을 3명 뽑는 지역구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 바로 서울 노원구"라고 말했다.
그는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소위를 하루 빨리 열어야 한다"며 "각 위원들이 모여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상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가 적으니까 지레짐작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대해 질문하자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면서도 "오늘 오후 2시와 내일 10시에 협의를 하자고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국회의원 기장군 단독선거구 쟁취위원회' 상임고문인 김동주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주 의원에 항의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왜 또 속이려고 하느냐"며 "나는 더 하고 싶은 생각 없다. 농민들 좀 살려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수도권을 줄이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에 대해 "19세기 얘기를 하고 있다"며 "차라리 당초의 선거구획정위안인 대구 달서구 선거구를 통합하라"고 했다.
박 의원은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국민들이 신뢰할 것"이라며 3+3안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야 양측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정치공세만 벌이고 있는 데다가 지역구민들의 이해대립도 첨예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중앙선관위 이종우 사무총장은 21일 오전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각 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장기찬 공보관은 "모든 사무를 준비하고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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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