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盧의 성지 탈환 노리는 김경수

盧 마지막 비서관, 거물 현역 김태호와 맞대결

입력 : 2012-02-20 오후 3:58:2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4월 총선에서 여야의 명운을 가를 승부처로 지목되는 부산.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사상)·문성근(북강서을)·김정길(부산진을) 트리오와 조경태(사하을) 의원이 이른바 '낙동강벨트'로 새누리당의 텃밭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야권의 PK(부산·경남) 공략에서 가장 큰 상징성을 차지하는 곳은 김해(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이봉수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가 김태호 현 의원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하면서 친노진영에는 큰 상처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잠들어 있는 김해(을)의 탈환 여부가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18일 김해시 장유면에 내려가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우는 김경수 예비후보를 동행 취재했다.
 
장유 중심가 주변 상가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명함을 돌리는 김 후보의 모습은 밝아 보였다. 선한 인상이 호감도를 높여 준다는 평가다. 실제로 상가에서 마주친 지역민들은 "텔레비전에서는 좀 약해 보이더니 실제로 보니까 인상이 참 좋네"라며 반가워 하는 모습이다.
 
우선 김해(을)에서도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입증된 2040세대의 친야권적 성향이 뚜렷했다. 한 30대 남성은 "대통령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김 후보의 말에 그의 손을 꼭 붙들며 응원하겠노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한 40대 여성은 김 후보의 경력에 놀라는 눈치다. 청와대 행정관과 대통령실 비서관, 노무현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고 하자 "젊고 동안이라서 평범한 분인 줄 알았는데 지척에서 노 전 대통령을 모셨을 줄이야"라고 반색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김 후보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가 정치를 직접 하신 적이 없어 걱정이 됐었다"며 "그런데 의외로 친화력이 굉장히 있다. 야권성향이 짙은 분들의 반응이 정말 좋다. 김 후보 이미지가 노 전 대통령을 잘 투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탰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가 건네는 명함을 아예 받지 않고 지나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그랬다. 사실상 정치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 후보가 경남지사까지 지낸 현역 김태호 의원에게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도 들렸다.
 
한 60대 남성은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다"며 역정을 내며 사회 전반에 깔린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 30대 여성은 "김태호 후보도 열심히 하던데"하고 말 끝을 흐렸다.
 
이를 두고 캠프의 한 관계자는 "10명을 만나면 다 우리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며 "명함 받기를 거부하는 분들도 제법 있다. 이 분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편"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마하는 부산 사상에 대항마로서 전략공천설이 나오던 김태호 의원이 "김해에 뼈를 묻겠다"며 재선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부담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당선된 직후부터 지역구 조직에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론조사에서 약 10%p 가량 앞서고 있는 캠프에 불안감이 감지되는 이유다.
 
김경수 후보도 기자에게 "새누리당과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 곧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느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지역 정서상 '당신 싫어요'라고 대놓고는 말 못한다"며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표출되지 않은 부동층이 존재할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한편 김경수 후보 측은 장유와 내외동의 인구 밀집지역 뿐 아니라 진례나 주촌, 한림 등 외곽의 한적한 지역까지 지역민들을 모두 만나겠다는 각오로 지지기반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전날 만났던 문재인 상임고문의 전략과도 흡사해 낙동강벨트와의 공고한 연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투어 등을 통해 적어도 내가 출마하는 지역구에 가보지 않은 곳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김경수 예비후보의 각오 너머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눈에 띈다. 봉하의 논두렁을 김 후보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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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