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심가지만 확인 안돼"..실체 밝힌 건 '고 의원 봉투'뿐

입력 : 2012-02-21 오후 8:33:06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해온 검찰이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1일 오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박 의장과 전당대회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 전 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구속기소는 피했으나, 헌정사상 최초로 기소된 국회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해 "여러 가지 의심이 가는 정황은 있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며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한 300만원 부분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새누리당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서울 지역 구의원 5명에게 건넨 2000만원 부분, 박 의장이 라미드 그룹으로부터 전달받은 4000만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박 의장과의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해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수사'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승덕에게 전달한 300만원만 인정..나머지 혐의 "확인 안됐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조 비서관의 혐의사실에 대해 "2008년 7월1~2일쯤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안 위원장이 지난 2008년 6월 하순경 은평구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건네면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박 의장과의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의 출처는 박 의장의 돈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은평구 의원들에게 전달된 2000만원에 대해서는 관련자들 모두 전달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해 그 출처와 범행 가담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수석의 경우에는 "금품 전달 장소에 동석했다는 취지의 유일한 진술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 내용이 불분명해 진술만으로는 2000만원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서 "300만원으로 기소하는지 2300만원으로 기소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큰 영향이 없다"면서 "그것 때문에 고민할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2000만원 부분에서도 자신이 있었으면 기소를 했겠지만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0만원 부분은 봉투 만드는 과정이 일부 확인이 됐다"면서 "하지만 2000만원짜리 봉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안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라미드 그룹이 박 의장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건넨 1억5000만원 중 박 의장 측 선거캠프 관계자가 천만원짜리 수표 4장을 은행에서 교환해 온 사실에 대해서도 뚜렷한 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정 차장은 "이 돈이 과연 실제로 쓰였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4000만원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 "이때 4000만원이 (안 위원장이 건넨)2000만원이 아닌지 의심해서 관련자들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돈 봉투 전달받은 다른 의원들 "확인 못했다"
 
검찰은 전당대회 당시 고 의원 외에 돈봉투를 전달받은 다른 의원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검찰은 "고 의원 외에 돈봉투를 받은 다른 의원들을 확인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면서 "선거 캠프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하고, 계좌추적 등 과학적 수사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 차장은 "고 의원실 여비서가 쇼핑백 안에 봉투 몇 개가 들어있었다는 진술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의원실에도 다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은 된다"면서 박 의장측이 다른 의원실에도 돈봉투를 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차장은 "돈봉투를 실제로 전달했다는 '뿔테남' 곽모씨가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는지 여부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있고 다른 의원들한테 전달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면서 "추측성 진술만 있을 뿐 어떤 의원에게 구체적으로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진술은 없다"고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발표를 통해 "기본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사람이 모두 처벌대상이 되므로 자발적인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현금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므로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은 고 의원이 폭로 과정에서 밝힌 '쇼핑백 안의 수많은 봉투들'중에는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짜리 봉투 단 하나만을 실체를 밝혀낸 셈이 됐다.
 
◇ 박희태 불구속 이유는?
 
검찰은 박 의장의 신병처리와 관련,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다"면서도 "구체적 혐의를 입증해내지는 못했다"면서 박 의장을 불구속 기소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신병처리 등의 수위는 수사결과 증거법칙에 따라 인정되는 범죄혐의에 상응하여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불기소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발표를 통해 "박 의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김 전 수석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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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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