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언론도 외면한 중소상인의 외침 "이마트 치가 떨린다"

입력 : 2012-02-23 오후 5:37:17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동성성장위원회 사무실 앞. 빨간 피켓과 현수막을 든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가슴 속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피켓에는 '재벌 개혁'이, 현수막에는 '공룡유통재벌 이마트 안돼'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이들은 최근 골목상권을 파고들며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모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이다.
 
10m 이내에도 퍼지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스피커에 마이크를 연결하고 대형마트의 시장 잠식을 질타했다. 그 울림은 작았지만 분노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라고 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휑할 정도로 기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때마침 '삼성의 CJ회장 미행 사건'이 이슈화 돼 담당기자들의 신경이 모두 그 곳으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평소 유통기업에서 기자회견을 열면 몇십명씩 몰렸던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생계도 포기한 채 KTX를 타고 울산과 경남에서 올라온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사람 없는 이 날의 광경은 사회적 약자보다 있는 자의 입만 쳐다보고 그들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들의 호소는 단순했다. 대형마트가 더 이상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지 말고 함께 발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이 눈물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한 대상은 국내 대형마트 1위 기업인 이마트다.
 
이들은 "1996년 이후 유통시장 완전 개방 조치로 유통시장은 대형마트라는 공룡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고 특히 연 매출 수조에 달하는 1위 업체 이마트의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공룡유통재벌 이마트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 예로 1월에 오픈한 이마트 공덕점을 들었다.
 
이마트 공덕점은 2010년 11월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서울 마포구청이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는 조례를 2011년 4월에 제정하기 전까지 약 5개월간의 틈새를 노리고 조례제정 직전에 영업등록을 마친 곳이다.
 
이마트의 기습 오픈을 주변 상인들도 전혀 알지 못했고, 심지어 소비자들도 모르는 상황 속에 영업등록권한을 가진 관할 구청의 묵인하에 전통상업보존구역내 약 200M에 입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 소매업을 넘어서 식당, 수퍼 등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도매업을 하는 부산의 이트레이더스 서면점과 이클럽 온라인 몰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에 대해서도 이마트가 부당성을 앞세워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해 "치가 떨린다"며 맹비난을 펼쳤다.
 
이러한 적반하장식의 모습을 보면서 재벌들의 끝이 없는 이윤추구 욕심에 중소상인들은 치가 떨릴 지경이다.
 
더욱이 2010년 5월에 SSM 사업진출을 포기하고 대신에 골목 수퍼들과 상생을 위해 MOU를 맺고 공동구매, 공동배송에 협력하겠다며 당시 SSM의 골목상권 파괴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깐 비껴가던 이마트가 최근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중대형 수퍼마켓인 킴스클럽 53개 인수, SM마트 28개 인수외에 기존 이마트 에브리데이등 SSM 24개를 포함해서 105개의 SSM을 출점하면서 손바닥 뒤집듯 SSM시장에 쉽게 뛰어들고 있다"며 "이마트의 무한 탐욕은 영세상인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상대로 이마트 피자, 저가 청바지 판매 처럼 미끼상품과 과장광고까지 동원한 파렴치한 상술로 소비자들의 가슴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마트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얄팍한 상술과 시장 독점 현상은, 상생과 분배을 통한 조화로운 경제 공동체 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윤리에 반하는 것으로써 소비자들과 중소상인 모두에게 결국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연합회는 이날 정운찬 위원장에게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때늦은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고사위기에 처한 중소상인을 위해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중소상인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을, 곧 바로 시행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채 30분도 않되는 시간동안 이마트와 정부, 사회를 향해 눈물로 호소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언론도 정부도 이날은 없어 보였다. 사회적 약자들이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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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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