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이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67) 수사 당시 제기됐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 사건을 2년여 만에 다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민감한 사항에 대해 지체 없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중수부가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9년 당시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이 2007년 무렵 140만달러를 미국에서 체류 중이던 딸 정연씨에게 줬다고 보고 있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면서까지 수사에 열을 올리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모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이미 꺼진 불이라고 보았던 정연씨에 대한 의혹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으로 인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월간조선' 2월호는 미국에 있는 정연씨가 산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의 전 주인 경모씨의 '13억' 돈 심부름을 맡은 이모씨의 주장을 자세히 실었다.
월간조선은 "경씨가 허드슨 클럽의 콘도를 170만달러에 사서 정연씨에게 240만달러에 팔아 약 70만달러를 남겼다고 이씨가 말했다"면서 "박연차 회장이 정연씨에게 보낸 40만달러, 권양숙 여사가 과테말라 방문 당시 건넨 100만달러, 경씨가 수입외제차 딜러 은모씨(54)를 통해 환치기한 정연씨의 아파트 매입 잔금 13억(100만달러)을 합치면 콘도 매입자금 추정액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월간조선은 "정연씨가 경씨에게 하루 만에 아파트 매입 잔금 13억을 보낼 만큼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자금이 많았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추측도 실었다.
언론의 의혹제기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사건을 수사의뢰하자 대검 중수부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중수부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중수부는 문제의 13억원을 100만달러로 바꿔 불법 송금한 혐의(외환관리법 위반 등)로 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해 조사한 뒤 26일 석방했다. 은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아울러 돈 심부름에 관여한 이씨 형제를 소환조사하고 미국에 있는 경씨에게 검찰에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중수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금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연씨가 관여 안됐다고 단정은 할 수 없지만 이번 수사는 경씨에 대한 수사"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확대해석이나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총선까지 수사를 질질 끌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관은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서도 "수사의뢰한 것이 수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추가적인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수사를 할 수 있다. 아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서 "예전에 정연씨와 관련된 사건이 있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수부는 그 칼 끝을 서서히 정연씨를 향해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가 최근 박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한 것은 정연씨의 아파트 매입대금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당시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가족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고 있었다.
29일 이 기획관은 이에 대해 "종전 언론보도 때문에 박 전 회장과 관련 있는 돈인지 확인하기 위해 박 전 회장을 불렀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기획관은 "검찰의 의견이 아닌 한 개인의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종료하기로 했지만 가족에 대한 조사가 종료됐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는 김 전 장관의 발언을 중수부가 소개하는 것은 중수부의 수사가 언제든지 정연씨를 향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수부는 누차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 목적성을 띠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수사에 대한 파장은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은 28일 "정연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가 나서 "검찰은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중수부가 극우단체의 수사의뢰를 받아 맡은 정연씨 사건은 당분간 정치적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