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과거 사례와 얽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교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회견에서 야당 대표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입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역사상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옛 정권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선전포고하는 일은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한 대표는 " 선거 전략치고는 심했다"며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께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책을 옹호하고 민주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선거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도 여러 번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립을 지켜야 되는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앉아서 총선 전략을 짜는, 그런 기자회견을 했다"며 "4년 전에도 뉴타운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뉴타운 현장을 방문,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월 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회견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고 말해 당시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는 논란에 휩싸였었다.
특히 같은해 2월 24일에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덧붙여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야당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당시 새천년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의 주도하에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야만 했다.
최근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 수사 잣대도 형평성 시비를 낳았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잇달으면서 돈봉투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현직 국회의장의 예우 차원에서 공관 방문 조사를 단행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서울 검찰청으로 소환, 포토라인에 서는 수모를 겪게 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상경 과정은 헬기까지 동원돼 전국에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