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참으로 안일한 금융당국의 모습 그 자체였다. 금융감독원은 1년 넘게 '마그네틱 카드 사용 제한' 정책을 준비해 왔지만 불과 시행 수 시간 만에 시행을 연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금감원은 IC카드 시범운영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2일부터 은행 업무 시간동안 마그네틱 카드의 현금입출금과 계좌이체 거래를 제한키로 했다.
문제는 갑자기 카드 업무를 볼 수 없게 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친데다, 시행 첫날부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IC카드 전환 발급을 신청해 카드발급까지 평소보다 일주일 가량 더 기다려야 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말이 돌발 상황이지 신속한 IC카드 발급 전환이라는 목적 달성에만 '눈 멀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고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만 했다는 얘기다.
결국 권혁세 금감원장은 담당 임직원들을 호되게 질책하고 IC카드 전환 업무 일정을 늦추도록 지시하면서 마그네틱 카드는 5월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응급조치했다.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정책을 시행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에 대해 "내 잘못이 아니다"며 금융기관 핑계를 댔다.
2004년부터 IC카드 전환을 위해 준비해왔고, 2010년 8월 이후 마그네틱 카드 이용자들이 IC카드로 전환발급 받도록 금융회사와 협회의 적극적인 홍보를 요청했지만 금융기관이 제대로 홍보에 나서지 않아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마치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금융기관 뒤로 몸을 숨긴 꼴이다.
물론 금융기관의 소극적 행태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금감원의 지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 현실은 흔들리는 금융시 메카니즘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한 마디로 수 년 동안 이어져 온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금감원의 약발 고갈'로 이어진 셈이다.
금융기관이 홍보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고, 심지어 일부 은행은 올해 1월에야 고객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안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지시만 하고, 점검은 하지 않다보니 금융기관도 '반쪽짜리 감독당국'의 행태에 긴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금감원은 특정 금융회사를 들먹이며 비난의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낮 뜨거운 행태도 보였다.
금융정책은 적절히 '간'을 봐가며 시장의 반응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돌발 변수마저 꼼꼼히 점검한 후 시행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항상 모자람이 있는게 금융정책 아닌가.
금감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추락한 금감원의 신뢰와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치밀하고 체계적인, 그리고 시장이 인정하는 정책을 고민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