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엔젤투자, 클럽방식으로 운영돼야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사무총장

입력 : 2012-03-06 오전 9:00:00
요즘 엔젤투자가 화제다. 엔젤투자지원센터로 걸려 오는 투자 관련 문의전화가 많이 늘었다. 지난 2개월간 지원센터에 등록한 개인엔젤은 500명에 이르고, 클럽 수도 30여개에 이른다. 짧은기간 동안 놀랄만한 변화다.
 
엔젤투자란 창업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경영자문 등을 수행하여 기업가치를 높인 후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물론 엔젤투자는 최근에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되돌아 보면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이 우리나라 엔젤투자의 최대 호황기였다. 당시 그 규모는 1290건에 5500억원이었다. 그때 비하면 현재 그 수준은 저조하기 짝이없다. 현재 엔젤투자 규모는 80건에 325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엔젤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기청이 지난해 말 엔젤투자지원센터 문을 열고, 엔젤투자매칭펀드를 800억원 조성하면서 그 열기가 뜨거워 지고 있다. 일부 엔젤들은 클럽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스타트업 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요즘 투자지원센터에는 엔젤과 스타트업기업이 모여 수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있다. 얼마있지 않으면 2000년때 호황기 모습을 되찾을 것 같다. 
 
문제는 그때와 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엔젤투자가 실패를 했던 원인은 많다. 그중에서도 비전문가에 의한 ‘묻지마 투자’가 큰 이유였다.
 
사실 과거 우리의 엔젤투자는 단시간에 투자이익을 회수하는게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로 인해 비전문가에 의한 투자가 무작정 이뤄졌으며, 기업공개(IPO)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창업기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경영지원이나 멘토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엔젤투자에 있어서 엔젤의 최대 관심사는 ‘투자 성공‘이고, 스타트업은 ’많은 투자‘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모두 ‘성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위험을 줄이고,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지 않으면 엔젤투자는 실패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엔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기술이 있지만 경영 경험이 일천하고, 의욕이 넘치지만 체계적인 활동이 미흡한 스타트업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엔젤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엔젤 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갖춘 엔젤들의 모임인 ‘클럽’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절 개인의 직관적인 감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중심 사회환경에도 맞지 않다.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 형태가 이를 방증한다. 미국 엔젤투자는 대부분 클럽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개인엔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적인면에서 보면 개인엔젤의 수가 훨씬 많다. 하지만 최근 클럽 형태의 엔젤투자가 게인엔젤과 벤처캐피탈 중심의 투자형태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양상이다.
 
현지 정보에 따르면 수십억달러의 투자여력을 갖춘, 이른바 ‘슈퍼엔젤’을 중심으로 엔젤클럽의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고 한다. 이들 클럽의 수가 150개나 된다는 보도다. 투자금액면에서 전체 엔젤투자액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젤클럽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전문가의 다양한 경험이 스타트업에 전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엔젤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결정이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것 저것 우려해 투자결정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클럽으로 운영되면 이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클럽소속 엔젤은 대개 10~20명 정도된다.
 
이들은 기술전문가에서 마케팅, 재무, 변호사, 변리사, CEO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클럽 소속 엔젤은 이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투자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보다는 투자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게 장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클럽 소속의 전문엔젤을 투자기업에 이사(보드멤버)로 파견해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올바르게 멘토링함으로써 엔젤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혀 준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엔젤투자는 산업과 사회의 혁신을 이루는 핵심적인 활동이며,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엔젤투자가 활성화되고 성공 가능성을 높혀 가기 위해선 클럽 위주의 운영방식이 빠르게 자리잡아 가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엔젤리더스포럼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사무총장(khkum@koe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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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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