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변호인 "목 말라" 비유..엉뚱하게 물 건넨 박명기

항소심 첫 공판, 검찰과 변호인 2시간 걸쳐 '항소이유서' 공방

입력 : 2012-03-06 오후 8:41:5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2시간에 걸쳐 검찰과 변호인 간에 매서운 공방이 오고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결심공판의 최후변론을 방불케했다.
 
항소심 재판은 충분한 증인신문과 변론과정을 거친 1심 재판에서 제출하지 못한 증거와 주장만을 채택해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안이 없는한 사실상 '항소이유서'가 2심 재판부에 쌍방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기회나 다름 없다.
 
이날 공판에서는 '매수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곽 교육감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항소이유서에 적절한 비유를 넣은 곽 교육감 측 변호인의 변론이 눈길을 끌었다.
 
6일 서울고법 형사2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곽 교육감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곽 교육감의 변호인 박재영 변호사는 "곽 교육감으로서는 선거가 끝난지 9개월이나 흐른 시점에서 상대방 후보였던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를 매수해야 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왜 그때서야 '사퇴의 대가'가 갑자기 생긴 것이냐"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지금 목이 좀 마르다"고 숨을 돌리며 좌중을 훑었고, 이때 박 전 교수는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박 변호사에게 손을 뻗쳐 물이 담긴 종이컵을 건넸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박 전 교수로부터 받은 물을 마시지 않은 채 변론을 이어갔다.
 
박 변호사는 "지금의 상황과 같이 산 꼭대기에 오르다보면 물 한 모금이 간절하지만 물이 충분한 약수터에서는 물이 절실하지 않다. 그 이유는 물이 충분히 많아서, 물의 가치가 떨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 측, "절실한 순간에도 매수 안해"
 
박 변호사는 이어 "곽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가 가장 절실했던 순간에도 박 전 교수를 금품으로 매수하지 않았다. 그런 곽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가 끝난 이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 '휴지조각'에 불과하던 박 전 교수를 금품으로 매수했다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9개월이 지난 이후, 쓸모가 없어진 박 전 교수를 곽 교육감이 '사퇴의 대가'로 매수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동기와 대가성에 대해서는 1심 재판내내 아무런 입증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변호사는 '선거가 끝난 이후 박 전 교수는 곽 교육감에게 아무런 필요가치가 없었다'고 설명하기 위해 '목이 마르다'고 표현한 것인데, 이런 뜻을 미처 알지 못했던 박 전 교수는 '목이 마른' 박 변호사에게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물을 건넨 것이다.
 
◇검찰, "심각한 양형의 불균형 생겨"
 
한편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1심 재판부는 곽 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행위에 대해 엄히 처벌하겠다고 하면서도 징역형이나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교수와 비교하면 심각한 양형의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곽 교육감에 대한 벌금형 선고는 '제3자를 이용하면 법적 책임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침을 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판단조차 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면서 "곽 교육감은 이미 박 전 교수와의 이면합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으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곽 교육감은 피고인 진술 차례가 오자 "항상 납덩이 같은 묵직한 비애가 마음에 자리잡는다"며 "잡아떼거나 숨기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만한 발언도 많이 했지만, 불편한 진실이 빠지면 오히려 더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항소심 재판 역시 진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교수, "왜 선의의 돈이 악의적 돈 됐나"
 
박 전 교수는 "1심 재판부는 재판을 받는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불리했다. 어째서 곽 교육감이 건넨 '선의의 돈'이 내게 오면서 '악의적인 돈'이 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19일 곽 교육감이 건넨 2억 원에 대가성이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금전 지급을 전제로한 '후보 단일화' 합의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선의의 뜻'에서 경제적 부조를 한다는 동기가 있었음을 고려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수감 중이던 곽 교육감은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 교육감직에 복귀했다.
 
재판부는 또 함께 기소된 박 전 교수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2억원을,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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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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