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불과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 발효 중단 시위를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한미FTA가 발효하는 오는 15일까지 계속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경찰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산업·제약·중소기업 등 피해 업종들의 우려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농축수산업·제약·소상공인..피해 불가피
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 FTA가 본격 발효하면 농·축·수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서 값싼 쌀과 쇠고기 등을 수입하면 국산 농가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시 농어업 생산액은 발효 5년차에 7026억원, 10년차에 1조280억원, 15년차에는 1조2658억원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즉, 농어업 분야에서 15년간 총 12조6683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축산업도 15년간 누적 피해액이 7조2993억원로 전체 농축수산업 피해액의 59.7%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올초 세금혜택 30조원, 재정지원 24조원 등을 지원하고, 피해보전 직불제 완화,축산발전기금 확대 등 FTA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했지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양중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대책의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인데 알고 보면 오래전부터 해왔던 농업 정책"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약가인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약업계도 고용 감소 등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11월 'FTA시대를 준비하고 적응할 시간을 달라.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한미 FTA의 대표적 피해업종"이라며 "허가-특허 연계제로 값싼 의약품 공급도 어려워지고 비싼 특허약으로 인해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중소상공인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한미 FTA 발효시 경영 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승재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한미 FTA 발효시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유통업계 중 물류 분야가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상인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동화·조직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정부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15일에도 반대 시위..물리적 충돌 가능성
한미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삼일절이었던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에서는 한미FTA 폐기를 위한 안산시민연대가 '한미FTA 폐기를 위한 거리문화제'를 진행했다.
지난 4일 전북 정읍에서는 정읍시 농민회 등 정읍지역 5개 단체가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는 정읍민중대회를 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 발효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한 범국본의 한미 FTA가 발효 중단 시위는 오는 15일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어서 경찰 등과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정치권에서도 한미 FTA 비준안이 논란 끝에 여당 단독으로 통과한지 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는 양날의 칼"이라며 "우리나라 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거대 경제권과의 관세 철폐로 소득 불균등 현상 심화, 대외경쟁력이 취약한 산업기반 붕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경쟁력이 약한 산업은 고용 감소로 소득 불균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조정지원제도나 취업지원제도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