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세가맹점주들)가맹점 망해도 대기업은 멀쩡하다!

(기획)②"대기업 프랜차이즈, 실패하면 모두 점주 탓"

입력 : 2012-03-20 오후 2:44:2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순수입 한 달에 700만원', '실투자금 7000만원에 수익률 35%!'
 
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장에 걸린 홍보 문구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순수입과 수익률만 놓고 보면 충분히 예비 창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 하다.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경쟁적으로 예비 창업자들을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장에 모아 놓고 '성공의 꿈'을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수익률을 내는 가맹점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한가맹거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SPC, CJ푸드빌 등 일부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맹점, 이중에서도 매출 상위권에 드는 소수의 가맹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창업 당시 제시된 금액에 못미치는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가맹업계 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가맹점을 운영하면 점주만 손해본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 점주는 '열이면 열 다 망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 카페, 제과점의 경우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할 투자비용이나 관리비용에 대한 부담이 과도한 편이다. 또 대기업 본사 차원의 마케팅 실패로 인한 비용을 모두 가맹점주가 떠안아야 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중견·중소 업체와 달리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는 해당 가맹점이 판매할 수 있는 메뉴, 물품 등에 대해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기업 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는 '사라면 사고, 팔라면 파는' 일방통행식 유통구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서울 서초동 인근에서 T카페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이벤트 상품을 개발하면 가맹점 입장에서는 이를 팔지 말지 선택할 권리가 없다"면서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메뉴를 일방적으로 샀다가 안팔리면 금새 폐기되는데 이 비용을 모두 각 점주들이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도 갈수록 창업 성공확률이 희박해지고 있다. 편의점, 카페 등 일부 업계에서는 "하루에 10개가 문을 열면 10개가 문을 닫는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로 현실의 창업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을 넘어 '블러드오션' 상태다.
 
대한가맹거래사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H편의점은 신규 개점이 981개, 종료 및 해지 284개, 명의변경 500개였다. 보쌈 업계 1위인 N보쌈도 정보공개서를 분석해 보면 2010년 말 기준 이전 3년간 신규 가맹점은 68개, 계약 종료된 가맹점은 53개다.
 
◇실패는 모두 점주 책임?
 
기존의 중견·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대기업이 시장 전체를 잠식해나가자 반격에 나섰다. 가맹점 늘리기에 혈안이 된 업체들이 '일단 유치하고 보자'식으로 점포수를 늘려나가자 이에 따른 부작용도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 고의 부도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피해가 창업자에게 떠넘겨져 이들을 '빚더미'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본부 수는 총 240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8년 이후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시장규모는 100조원, 종사자 수는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편 비슷한 조사기간을 대상으로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분쟁사례을 살펴보면, 2008년 291건에서 지난 2010년 447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무성 대한가맹거래사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단순히 가맹점을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있다"면서 "현재 가맹거래구조상 가맹점이 망하더라도 본사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홍미미 한국가맹거래법률원 대표는 "최근 분쟁사례를 보면 본사측 메뉴 개발이나 상품 문제, 일방적 구매 요구 같은 것들로 인해 계속 수익성이 나빠져 폐업한 경우도 많다"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도 상품, 메뉴 등의 실질적인 매출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창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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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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