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원내교섭단체 멀어지나

장미빛에서 먹구름으로, 다시 요동쳐 안개속으로

입력 : 2012-03-22 오후 2:19:4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 일정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본선에 나설 여야 후보들의 등록이 22, 23일 양일간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정희 공동대표의 '문자메시지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에 불안감이 감지되면서 목표로 삼았던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적신호가 들어와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하루 사이에 상황 급변
 
초반의 판세는 희망적이었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이정희·심상정·노회찬·천호선 빅4가 생환하는 등 14곳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여기에 민주당이 무공천하기로 한 16곳과 양당 모두 완주를 결정한 전라도 지역을 감안하면 10여곳에선 당선자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12번으로 배수진을 친 비례대표를 더하면 당 내부에서는 20석을 넘어 최대 30석까지 가능하다는 장미빛 전망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정희 공동대표가 승리한 관악을에서 연령을 속여 응답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김희철 의원은 즉각 총공세에 들어갔다. 평소 SNS를 적극 활용해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던 온라인의 여론도 실망감과 함께 이 대표에게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가 즉각 보좌진의 실수였다고 해명하며 재경선을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범죄자와 무슨 재경선이냐"며 강경하게 사퇴를 촉구했다.
 
여기에 심상정·노회찬·천호선에게 패한 박준(고양덕양갑)·이동섭(노원갑)·고연호(은평을) 후보도 가세했다. 이들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경선조작과 불법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공을 들여 영입해 안산단원갑에 전략공천된 백혜련 후보도 조성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아깝게 진 것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경선을 요구했다.
 
연대의 파트너였던 민주통합당에서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 표명으로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관악을에서 불거진 문자 사태가 원내교섭단체 달성을 통해 양당구도 타파와 진보정당의 제3세력화를 실현하려던 통합진보당의 꿈에 찬물을 끼얹는 순간이었다.
 
◇김희철도 문자보내.. 원내교섭단체 안개속으로
 
그런데 김희철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행자 서울시의원 역시 여론조사 조작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이 시의원의 문자는 적법한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정희 대표를 성토하던 기류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상당히 희석되는 눈치다.
 
야권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김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강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통합진보당의 정당 지지율이 대폭 하락하는 악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통합진보당은 7.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사기간이 이 대표의 문자 사건이 터진 20일과 21일이었던 점,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8.4%를 기록했던 점 등을 볼 때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22일 국회에서 노원구의 민주당 김용민(갑)·우원식(을) 후보와 통합진보당의 노회찬(병) 후보가 공동 선대본을 발족, 양당의 단일 대오를 촉구한 것도 눈길을 끈다.
 
노원벨트를 기점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번질 경우, 민주당이 고양덕양과 은평 등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다.
 
아울러 민주당이 22일 경기 안산단원갑 경선에서 탈락한 백혜련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전제로 공천을 강행한 것도 통합진보당의 득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들에는 그의 공천 결정이 잘못됐다고 꼬집는 댓글들이 잇따라 달렸다. 백혜련을 죽이는 길이라는 거다.
 
결국 현재까지의 흐름은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달성 가능성이 총선이 임박할수록 요동치고 있는 형세다. 섣부른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장미빛에서 하루 사이에 멀어지나 했더니, 다시 안개속 전개로 가버렸다. 4월 11일 저녁 통합진보당이 받을 성적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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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