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직장인들이 고물가로 인해 점심을 먹을 때 맛보다 가격에 따라 메뉴를 고르면서도 상대적으로 커피 구입에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00원으로 칼국수 한 그릇 사먹기도 어려워지면서 직장인들은 좀 더 저렴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싸다니는 등 풍토가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점심값에 맞먹는 테이크아웃 커피에 대한 선호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 고물가에 직장인 점심 풍토 변화
우선 물가 상승과 경기불황은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을 바꿔 놨다. 회사나 대학교 내의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가하면 상사가 일괄적으로 직원들의 밥값을 지불하는 풍속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외식비가 가파르게 올라 전국 대도시에서는 5000원으로 칼국수 한 그릇 사먹기도 버거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조사한 지난달 주요 서민생활물가에 따르면,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평균 5378원으로 파악됐다.
삼계탕은 전국 평균 1만1149원으로 1만원이 넘고, 냉면은 6433원, 비빔밥은 5874원, 김치찌개 백반은 5440원으로 조사됐다. 5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음식에는 자장면(4090원)과 김밥(2818원) 정도다.
이 때문에 올해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은 6007원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점심값은 2009년 5193원에서 2010년 5372원, 2011년 5551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은 점심을 고를 때 맛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반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영양까지 고려하는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직접 도시락을 싸거나 밥만 준비, 편의점에서 파는 소규격 반찬을 구매해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 지갑 닫으면서도 커피는 "괜찮아"..대한민국 '커피홀릭'
이처럼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지만, 지난해 경제활동인구는 하루에 커피 한잔 반을 마시는 등 커피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하루 커피 소비량은 약 300t으로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1일 3700만잔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1년 사이 원두 수입물량은 1.4배, 수입 가격은 6.7배 늘어났다. 이는 국내 커피 전문점이 증가하고 가공 수요가 커지면서 수입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들도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아침에 정신을 깨우는 모닝커피에서부터 저녁 늦게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골목과 영화관·쇼핑몰 등 100미터 간격으로 커피 전문점이 생기고 있다.
특히,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랫동안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이용하는 등 1인 또는 다수가 즐길 수 있는 곳을 활용하고 있다. 또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미팅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실제 국내 커피시장은 지난 2007년 1조558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조6910억원으로, 5년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커피전문점 시장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에 4360억원에서 1조3810억원으로 세 배나 급팽창했다.
광고 매체에 근무하는 송 모씨(31)는 "점심값에 커피값까지 부담스럽긴 하지만 집안일과 직장일을 병행하다보니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며 "점심 후 커피를 마셔야만 그나마 정신이 깨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