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수입차 내비게이션'.."제값 못한다" 불만

업계 “일체감 위해 불가피”

입력 : 2012-03-23 오후 4:00:49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BMW의 SUV차 X3를 모는 김동혁(35)씨는 내비게이션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비게이션 화면 터치가 되지 않고 기어 박스 옆의 조그셔틀로만 조작이 가능하다. 운전 중 불필요한 조작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몇 번의 터치로 끝날 주소 검색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 BMW 차량에 내장된 순정 내비게이션
 
과속 카메라 안내도 나오지 않는다.
 
김씨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구간 별 제한 속도만 나올 뿐 과속카메라 안내가 안 나온다”며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쓰고 있다”고 불평했다. 수입차의 경우 기본 품목에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이를 뺄 수도 없다.
 
마우스 패드 같은 곳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야만 인식 가능한 내비게이션도 있다. 한 획씩 한글 글씨를 쓰다보면 터치로 주소를 검색하는 것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도로는 물론 건물, 근처 맛집까지 3차원(3D)로 보여주는 국산 내비게이션에 비해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은 2D지도로 상대적으로 설명도 부실하다.
 
업데이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산품의 경우 업데이트가 대부분 무료인 반면 이들 업체들은 한번 업데이트마다 10만~20만원의 돈까지 받는다. 해외 본사에서 맵 데이터를 관리하기 때문에 업데이트 주기 역시 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설계 때부터 전자제어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도록 내비게이션이 설계돼 있다”며 “이래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연동을 위해서도 원래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국산 내비 탑재가 늘어나고 있다.
 
포드는 지니 맵을 수입 차량에 장착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C, E 클래스 일부 차량에 한해 현대모비스의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있다. 이 차들은 내비게이션만 빠진 채 한국에 수입되며 국내 엔지니어들이 내비게이션을 조립해 넣는다. 이외 폭스바겐, 혼다 등도 한국산 내비게이션을 장착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교통정보시스템(TPEG), 맛집 안내 등 한국 소비자 입맛에 국산 내비게이션이 더 맞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본사 정책이 그렇다보니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교체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 고객이 한국산 내비게이션으로 교체할 경우 비용은 최고 100만원 이상이 따로 든다.
 
그러나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BMW 차량을 모는 김씨는 "많은 불편이 있지만 주행 중 목적지 검색을 안되게 해 놓은 건 잘 한 일"이라며 "정차해야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다보니 더 안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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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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