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새누리당이 주요 정책 의제에 대해 ‘기타’ 입장으로 일관, 총선 민심만을 의식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주요 정책의제에 대한 정당별 기본입장’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5개 분야, 15개 세부 정책 현안 중 9개 항목에서 ‘기타’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6개 현안에서도 5개 항목에서 ‘조건부’ 입장을 내걸었다. 명확한 입장 표명은 단 1개 항목에 그쳤다.
기타 의견이 단 1개 항목에 불과한 민주통합당과는 상반된 결과다. 민주당은 5개 항목에서 조건부 의견을, 나머지 9개 항목에 대해서는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은 아예 기타 의견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경제·민생 분야 중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증세’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기타 의견을 내놨다. 또 사회·복지 분야 중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법인) 설립 확대’에서도 기타 의견을 내놨다.
교육·환경 분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에서,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과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와 관련해 기타 입장을 밝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대북 경제지원과 북핵 및 인권 연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대·중소기업 협력이익 배분제와 유·초·중등학교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행정구역 전면 개편, FTA 체결을 통한 시장개방 등 5개 항목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라고 밝혔다.
뚜렷한 입장이 개진된 항목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에 대한 ‘반대’가 유일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체성이 없다”, “보수정당인지 회색정당인지”,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당의 바탕은 이념이고, 이념을 현실에서 구체화시키는 수단이 정책인데 이를 보면 도무지 무엇을 하겠다는 정당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미동맹의 우선’은 민주당이 ‘찬성’ 의견을 내놓은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FTA 체결을 통한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조건부’를 단 것은 시장주의를 강조한 당의 기본 방침과 다르다는 비판이다. 또 ‘대북 경제지원을 북핵 및 인권과 연계한다’는 물음에마저 ‘기타’ 의견을 내놓은 것은 보수를 포기한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에 대해 그간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을 낳았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간데 없었다. ‘19대 국회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도 국민 의견을 이유로 ‘기타’로 대답해 18대 총선 직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했던 것과는 상이한 대답을 내놨다.
표심만을 의식한 새누리당의 애매모호함은 정당·정책 정보시스템(party.nec.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