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일본 태양광 시장은 독특합니다. 태양광 제품도 브랜드를 따지기 때문에 자국의 전자제품 시장처럼 해외 기업들이 진출하기가 쉽지 않죠."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일본 태양광 시장을 '폐쇄적인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TV나 휴대전화, PC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 분야에서 자국 제품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광도 예외가 아니다.
소니, 교세라, 파나소닉, 샤프 등 한국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전자 업체들이 일본 태양광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때문에 한국 태양광 업체들에게 일본 시장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올해 태양광 발전량을 원자력 발전소 6기 규모에 달하는 600만킬로와트(KW) 규모로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독일의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Tariff·FIT) 축소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등으로 유럽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보이자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셀·모듈 업체를 중심으로 일본에 수출을 시작하거나 시장 진출을 적극 준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화(000880) 솔라원은 올해 한화재팬의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오는 4월까지 20명으로 늘리며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상위 판매점 중 한 곳인 웨스턴 하우스와 태양광 제품 판매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현지 기업들처럼 자사의 판매채널을 통한 판매도 고려했지만 우선 현지 판매책을 통한 제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자체가 미미해 자사 채널을 세우는 것보다 현지 판매 채널을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은 프로젝트 중심이어서 가격, 품질 등에 민감한 시장이지만 일본에서는 전자제품처럼 브랜드가 중요하다"며 "독립 판매점을 가진 소니와 파나소닉처럼 자사의 판매점을 내기엔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본 업체와 판매망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라원은 상반기 중에 판매책 선정을 완료하는 한편 앞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스에너지(095910)도 지난 14일 일본 전자제품 양판점인 야마다 전기에 2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야마다 전기는 일본 현지에 27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한 전자제품 양판점으로 에스에너지는 올해 모듈 30메가와트의 판매를 목표로 한다.
전자제품 시장처럼 태양광 시장도 소비자들이 자국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지만, 일본 정부가 올해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공언한 만큼 현지 시장을 노려 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에너지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외국 제품에 대해 인증 부문 등에서 까다로워 올초 인증을 신청하는 등 미리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며 "올해 대규모 설치가 예상되는 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신성솔라에너지(011930)도 지난해 셀 물량의 일부를 일본으로 수출한 것을 비롯해 최근 일본의 메이저 태양전지 업체가 구매 상담을 위해 회사를 방문했다. 이 업체는 신성솔라에너지의 셀 효율이 자사 제품보다 높은 데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의 태양광 시장은 가전제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생산해 내부에서 조달하는 시스템이었다"며 "일본 기업만의 경쟁으로는 단가 인하에 한계가 있자 현지 기업들도 서서히 해외 기업에 대한 폐쇄적인 시각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부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올해부터는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자중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셀·모듈 업체들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강점이 있어 최근 수출 문의를 받고 있다"며 "일본의 태양광 발전소 확대로 올해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