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타락한 경쟁`만 남았다

"상도덕도, 소비자도 없어"..기업, 생존본능만 남아

입력 : 2012-03-26 오후 5:04:13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식음료 업계에 상도덕이 사라졌다. 업체간 비방과 비난, 표절과 고소·고발이 난무할 뿐이다. 소비자도 없다. 단지 경쟁만 있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완제품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이번 정부들어 물가 안정화란 이유로 유무언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을 받다 보니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익을 높이려는 기업 생존 본능이 이같은 현상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2010년부터 시작된 커피믹스다. 당시 남양유업(003920)은 '프렌치 카페'를 출시하면서 커피믹스 절대강자인 동서식품의 겨냥한 '카제인나트륨' 논란을 야기시켰다.
 
카제인나트륨이 인체해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도 남양유업은 지속적으로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듯 한 광고를 내보냈다. 첫 시장 진입임에도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사이 동서(026960)식품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남양이 또다시 2차 공격에 나서자 결국 법적 대응을 선포했다. 동서식품이 출시한 신제품 화이트 골드에 대해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이 들어 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숨겼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결국 폭발한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듯 광고를 내면서 자사 분유에는 판매 인기도에 따라 선별해 카제인나트륨 넣고 있는 남양유업이 경쟁사의 영업비밀까지 들쳐내 이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비난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장에서 이득을 많이 봤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를 무시하는 듯한 경쟁은 결국 업계 전체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라면 가격 담합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키로 담합한 농심(004370), 삼양식품(003230), 오뚜기(007310), 한국야쿠르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10년간 가격 담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들끊고 있으나 라면 4사는 사과 한마디도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과징금으로 내야 할 처지인 라면 업계 1위 업체 농심은 소송을 준비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70% 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업체로서 후발업체들과 가격 인상을 논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원가인상 요인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며, 타사에게 가격 인상을 유도하거나 견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이러한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종의결서를 받으면 법리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가격 담합 결과가 삼양식품의 자진신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소비자를 위해 가격 담합을 제보한 것이 아니라 우지파동 이후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준 삼양식품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반격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면 4사의 가격 담합은 결국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비자의 권리는 무시하는 업계의 도적적해이(道德的解弛-법의 허점을 이용,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상태나 행위) 관행과 시장을 빼앗기 위한 삼양식품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단체 간부는 "상도덕이 사라진지는 오랜 것 같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민감한 가격문제는 소비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올초 발생한 국순당(043650) 술병 디자인을 표절한 롯데칠성(005300)의 소송과 사과 사례, 제주 삼다수를 놓고 벌이는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 광동제약(009290)간 소송과 계약도 결국 상도덕 없이 이익만을 쫒고 있는 업계의 현재의 모습이라는 평가다.
 
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윤리경영, 과도한 경쟁 자제, 상호비방 자제 등을 골자로 한 윤리강령을 발표했다"며 "식업계의 발전과 소비자들을 위해서 과도한 경쟁은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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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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