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오는 4월1일이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지 2년이 된다.
한은은 28일 김 총재의 취임 2주년을 맞이해 '김중수 총재의 2년 : 비전과 성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김 총재의 그간 업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한은이 글로벌 교류협력 활동으로 국가 신인도를 제고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대응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 김 총재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과 한은 내부 임직원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김 총재가 한은 본연의 업무인 물가안정에 미흡한데다 한은의 독립성마저 훼손시켰다는 지적이다.
◇한은, 물가안정 실패..금리정상화 시기 놓쳐
보고서에 따르면 "대외불안 요인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반인의 물가오름세 심리에도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중점을 두면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한데 따른 대외경기 불안으로 9개월째 이어간 기준금리 동결이 최선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고공행진한 소비자물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0%를 기록했다. 한은의 중기 물가목표의 상단에 맞췄지만 연중 물가상승률은 상단을 상회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이전 방식으로 계산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4%에 달해 사실상 물가안정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정상화 시기를 놓친 것이 물가안정에 실패한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은 원자재나 유가 등 대외적 요인이 컸다"면서도 "대외 요인을 완전히 상쇄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려웠겠지만 대내적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미리 기준금리를 올렸다면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가계부채 문제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훼손된 독립성..친정부 성향 금통위원·재정부 열석발언권
전문가들은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인사들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4년 임기의 금융통화위원은 모두 7명이다. 당연직으로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참여하고 한은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대한상의가 1명씩 추천,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화금융정책이 독립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금통위원을 살펴보면 대체로 정부 관료나 학자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교수들 중에서도 정권의 인수위원회나 자문교수단에 참여한 교수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한 전문가는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 구성을 살펴보면 정부 관료나 대학교 교수 중 자문단 출신이 상당수"라며 "전문성에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소신있게 발언하기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정부 차관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열석발언권'도 한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금통위 법에는 긴급한 상황일 때만 재정부 차관에게 열석발언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재는 일상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취지로 참석한다고 하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견제와 협조의 균형이 아닌 협조로 무게 중심이 기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 임직원, 김 총재에 대한 반감 고조
시장에서의 혹평뿐만 아니라 한은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김 총재는 낙제 점수를 받았다.
우선 김 총재의 혁신적인 내부조직 개혁에 대한 임직원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주요 부서의 국장 인사에 2급이 임명되면서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 김 총재가 원장으로 재직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외부 인재를 대거 채용한 점도 김 총재에 불만을 가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은 노조가 행내 임직원 1450명을 대상으로 김 총재의 업무 수행 실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6%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김 총재 이후 한은의 위상에 대해서 91.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도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며 "1년전에 실시했을 때의 결과와 비슷하게 나오면서 별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