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대우조선 신임사장
(사진)은 30일 대우조선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됨으로써 3년 임기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고 사장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펼쳐나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우조선의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남상태 전 사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그가 용퇴의사를 밝히면서 고 사장을 비롯한 후보군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러다가 '외부인사 기용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1대주주인 산업은행 안팎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어느 후보는 배후에 고위공직자가 있다거나, 누구는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밀고 있다는 등의 '설'들이 나돌았다.
결국 고 사장은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우며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이달초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고재호號, '남사장 6년체제' 색깔 빼나, 덧칠하나
앞으로 고 사장은 어떤 경영 전략을 펼쳐나갈까.
고 사장이 펼쳐나갈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임기를 마치고도 연임해 성공해 6년 동안이나 대우조선을 이끌어왔으니, 곳곳에 '남상태 색'이 묻어나지 않을 수 없다.
남 사장의 임기를 두고 '오래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큼 6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고 사장은 남 사장의 색깔을 뺄지, 아니면 그 위에 덧칠을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일단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다. 6년만에 사장이 바뀌는 만큼 큰 폭의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
조직 개편은 부사장이 각 총괄을 맡는 총괄제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사장에게 집중됐던 책임을 총괄에 이임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일이 굉장히 많아졌는데 대표이사가 이 모든걸 혼자 챙기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부사장에게 책임을 이양하고 권한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총괄제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기획조정실과 재경실 등과 부문제, 소장제가 혼합된 형태로 이를 각 사업별로 나눠 총괄할 예정이다.
총괄 아래에는 각 부문과 팀을 둬 총괄의 권한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부문장과 팀장 등을 어떤 식으로 발탁할 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 개편과 함께 핵심사업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핵심사업과 신사업 등에서 앞으로의 전망과 사업 가능성을 꼼꼼이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안 나왔다거나 비중이 낮은 부분의 사업을 접겠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살피면서 꼼꼼이 재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중요한 핵심사업이 될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기단계에 있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신사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2009년 시작한 풍력 사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8월 미국의 풍력발전 설비 기업인 드윈드를 인수하면서 풍력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 풍력 사업을 위한 공장도 준공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신사업팀을 새로 꾸려 육상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남 사장이 남긴 과제
그동안 대우조선은 6년동안 남상태 사장이 이끌어왔다. 남 사장 재임기간에 대한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남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2006년 이후 6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2008년 영업이익 1조원클럽 가입, 2009년 100억달러 수출탑, 2010년 조선해양 부문 매출 세계 1위와 함께 영업이익 1조원 기록 등의 성과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148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해 목표치보다 35% 초과한 실적을 쌓았다. 또 대우조선해양 CEO로는 최초로 조선협회장에 오르기도했다.
고 사장이 이를 이어받아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정체돼 있는 기업가치도 끌어올려야 한다. 남 사장의 취임 당시 시가총액 5조2000억원대의 대우조선해양은 6년이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남 사장의 임기 때 진행되지 않은 또다른 문제가 바로 '새주인찾기'다.
사실 이 문제는 남 사장의 3연임이 지지받는 이유 중의 하나로 거론됐었다. 남 사장이 연임에 실패해 다른 사람이 대표를 맡을 경우 당초 3~4월로 예정된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꿰뚫어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였다.
현재 대우조선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31.3%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1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격변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선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사장은 다음달 4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임직원들과 취임행사를 열고 대우조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게 된다. 고재호 사장의 '리더십'이 어떤 '항적'을 그려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