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4.11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달 29일 점화된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총선 국면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해명 직후 이 문제에 대처하는 여야의 자세에 차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앞서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개된 2600여개의 문건 가운데 80%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이라며 사과 대신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박근혜 "나도 피해자.. 모든 정권에서 불법사찰"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네번째 방문한 부산의 각 지역구에서 행해진 모든 연설에서 "저에 관해서도 지난 정권, 이번 정권이 사찰을 했다고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했다"며 자신도 피해자임을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불법사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이제 이런 구태정치, 과거정치는 끝내야 된다"며 "새누리당은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서 이 땅에 다시는 이런 불법사찰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문제는 특검에다 맡겨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살리는 일에 집중을 해야 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생정책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지, 이런 문제로 정쟁만 일삼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보도자료를 통해 "박 위원장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막론하고 기관의 정치사찰과 허위사실 유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찰 파문'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선을 긋는 동시에, 현 정부가 '80%는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고 반격에 나선 것과는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 "공식감찰과 불법사찰 달라.. 물타기 말아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불법사찰 규탄 집중유세를 통해 "이명박 정부 4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공동정부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렸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맹비난했다.
한 대표는 "불법사찰은 어느 정부에서나 일어났다고 박 위원장이 말했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부터 민간인 사찰은 혹독하게 있었다. 아버지 때부터 있었다는 것을 자인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와 검찰, 총리실까지 나서서 민간인 사찰을 은폐하고 호도하려고 했다. 이들은 민간인 사찰의 방조자이고 공모자, 조직적 은폐를 벌인 삼총사"라며 "이제 물타기 하지 말고 재판정에 서서 피고인으로 답변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도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참여정부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무원들을 불법사찰한 적이 없다. 민간인들을 사찰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 청와대와 총리실은 공직자들의 비리나 부패, 탈법탈선 등 공직기강 문제에 대해서만 적법한 복무감찰을 했다"며 "참여정부 때 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자료 대부분은 단순한 경찰 정보보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은 공직자들의 비리부패탈법탈선 등 공직기강 관련 복무 감찰 자료라면 그게 전체 자료의 몇 퍼센트든 관계가 없다.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법이 정한 틀을 벗어나, 민간인과 공무원들에 대한 불법사찰이 있었다면 단 몇 건이든 중대한 사태다. 해서는 안될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거나 물타기 하기 위해 참여정부를 끌어들이는 것은 뻔뻔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관련 문건이 최초로 공개된 후 별다른 대응을 자제해 온 정부와 여당이 공세로 전환한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1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4%가 이번 '사찰 파문'이 여당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25.0%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