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4.11총선에서도 안철수식 정치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학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 안 원장은 지난 3일 전남대에서 '광주의 미래, 청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구름관중이 몰렸고 트위터는 발칵 뒤집혔다.
안 원장은 이어 4일 경북대에서도 강연이 예정돼 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안철수 교수가 본 한국 경제'다.
특히 안 원장은 전남대 강연에서 4.11 총선과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정파적 이익에 봉사하지 않는 사람"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특정한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통하는 지점이다.
그는 "특정 정당이나 지역적인 기반을 중심으로 굳어진 정치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연장소가 광주와 대구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안 원장은 앞서 기부재단 설립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우리 사회의 발전적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것인지 계속 생각 중"이라며 "물론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발언, 자신의 거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그가 취한 일련의 행보들을 감안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이후 현실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섰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인재근(서울 도봉갑)·송호창(경기 의왕과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의미가 커 보인다.
비록 최근 거듭 '진영논리'를 강조하며 신중한 모습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선거를 이틀 앞두고 안 원장이 박 시장을 찾아가 '응원편지'를 전달하며 투표 참여에 대한 중요성을 당부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도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인재근·송호창 후보에 대한 지지나, 강연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말들은 새누리당에 맞서는 이쪽 편에 유리한 것 아니겠냐"고 반색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진영논리'와 '정파적 이익'을 거듭 강조한 것은 여야 모두에게 아리송한 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총선 이후 그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섯불리 예측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젊은층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또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전남대 강연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20대의 투표율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안 원장이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44.1%를 기록했다.
그동안 역대 총선 20대 투표율을 보면 16대(2000년) 36.8%, 17대(2004년) 44.7%, 18대(2008년) 28.1%를 기록했다. 안 원장의 투표참여 독려가 20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무현 바람이 불었던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56.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대의 투표율이 50%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안 원장의 행보는 총선에 강력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총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4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리는 안 원장의 강연에서 또다시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할지 그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