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요즘 여의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심심치 않게 얘깃거리에 오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원을 떼어내 독립시키는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금감원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서민금융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금융위가 자산관리공사의 새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를 서민금융 포털사이트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이미 비슷한 성격의 서민금융119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제 밥그릇을 빼앗기는 입장이어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나눠 가진 금융위와 금감원이 출범할 때부터 갈등의 소지가 많았고, 실제로 사안마다 충돌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기관 사이에 불거진 갈등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한 건물에서 금감원과 '한 지붕 두 가족' 살이를 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결국 사무실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
문제는 금융위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의 회원사들의 모임인 금융투자협회 건물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금투협 노조가 현수막을 내걸어 금융위 이전을 정면으로 반대한 데 이어, 권력을 쥔 정부기관이 민간협회 회원사 건물에 헐값으로 입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잇따르면서 금융위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체면을 구긴 금융위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금투협과의 업무협조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실력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건물 이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여론만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금융위는 금투협 건물로의 이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되면 상황이 정리될 만도 하지만 금융위와 금투협 간의 냉기류는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오랜 갈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환원시키고 금융감독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위가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던 사무실 이전이 의외의 결과를 초래하자 사면초가에 몰린 금융위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냉정을 되찾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는 것만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