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⑤성폭력 당하고 잘리고..도대체 정부는 어디에

관련 정책 전담 부처 없어..'유명무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워..여성에 원인 돌리는 사회 시선도 문제

입력 : 2012-04-05 오후 3:05:5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아는 사람이 더 무섭고 언제 어디서든 안심할 수 없다'
이는 성폭력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폭력·성희롱의 경우 70% 이상이 아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2006~2010년 성폭력 상담 2949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거래처 관계'가 18.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모르는 사람'(13.3%), '데이트 관계 및 배우자'(11.8%), 지인'(11.5%) 등의 순이었다.
 
여성들을 더 무섭게 하는 사실은 성추행범의 70% 이상이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직장·데이트·집..곳곳이 '위험지역'
 
우리 사회에는 일상 생활 곳곳에 성폭력과 폭력·성희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5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상담소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접수된 상담이 총 4만5541건으로, 이 중 성폭력 상담이 83.3%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전체 중 91건(7.9%)이었으며, 가해자가 직장에 있는 사람인 경우는 228건(32.4%)에 달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여성들은 성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위에서 알게되면 보호는커녕 부당하게 해고 당하거나 여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식의 잘못된 시선이 돌아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하거나 성희롱으로 인정한 사건 중 33.8%가 직장을 그만 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하고서 일터까지 잃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005380) 아산공장 사내 하청 소속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나 과거 연인관계에서 나타나는 데이트 폭력 역시 경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애인이 헤어지자고 했다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심지어 살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비중은 2007년 27.7%에서 지난해 38.4%로. 6년 만에 10.7%나 늘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치정 폭력을 두 사람만의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흉악 범죄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성폭력 대책 '허술'..뭐하나?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정신 고통이 상당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63.5%가 가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울증(46.7%), 불면증(45.5%), 불안증(40.1%), 성행위에 대한 혐오감(35.3%) 등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법무부 등 소관 업무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어 정책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친고죄도 아이러니하다. 애인·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친고죄는 폐지됐지만, 성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도 친고죄가 적용되고 있다.
 
친고죄는 형법상 간통·강간·추행 등의 경우와 같이 피해자의 직접적인 고소가 있어야 공소가 가능하다. 이는 피해자가 직접 피해 사실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토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기본 정책이 현실화되고 정신적·신체적 지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폭력상담소 한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는 다른 범죄피해와 달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후유증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이를 사회구조의 폭력이라고 판단해 국가차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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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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