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증거인멸 혐의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할 특수부 검사들이 2심 공판부터는 아예 안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핵심인물들이 풀려나게됐습니다. 나중에 검찰 수뇌부 지시에 따른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측 최강욱 변호사(아래 사진)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지가 없다"고 단정했다. "이번 재수사도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하는 수사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하는 수사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검찰 수뇌부가 이 사건의 축소·은폐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 변호사는 "2010년 9월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시절, 그 배후세력을 직접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진씨 등 공판에 직접 참여해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애썼다"면서 "그러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들을 법정에서 볼 수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의아하게 생각돼 알아보니, 특수부 검사들이 공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검찰 수뇌부가 단속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며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공판에서 배제함으로써, 공소사실의 입증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 전 과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진 전 과장 등에 대한 심리를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진 전 과장의 혐의 가운데 '컴퓨터 6대에 대한' 증거인멸 부분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진 전 과장과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이 공모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원들의 컴퓨터 9대에 '이레이저' 프로그램을 설치해 김종익씨 등에 대한 불법내사를 추진한 경위 등과 관련된 자료를 삭제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었다.
당시 검찰의 1차수사 결과 발표때도 많은 의문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증거 인멸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샀고, 지원관실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로부터 대포폰을 건네받아 사용했음에도 "단지 빌려주었을 뿐 범행 지시나 공모한 정황이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최 변호사는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은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씨를 기소했다"며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의 일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대표)가 장진수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을 말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이 '의뢰인에게 불리한 상황'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 건 가능하지만 진실을 침묵하게 함으로써 범죄를 구성하는건 윤리의 문제를 벗어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욱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변호사가 그런 일을 했다면, 그것 자체가 이번 사건에 부정한 권력이 개입했다는 흔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진실규명을 위해 누가 수사를 맡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한 특검도 제대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검찰수사라도 외압없이 이뤄지도록 지켜보고, 이 사안과 무관한 정부가 들어서 다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