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상한 나라의 '포퓰리즘'

입력 : 2012-04-05 오후 5:48:32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19대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Populism)'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 유행이다. 요즘에는 '복지 포퓰리즘'에 이어 '동반성장 포퓰리즘'이 대세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 언론사들은 이번 19대 총선의 테마를 '포퓰리즘과의 전쟁'으로 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신문사는 19대 총선 기획으로 '포퓰리즘 추방론'을 내걸었고, 또다른 신문은 '동반성장론이 복지 포퓰리즘보다 더 나쁘다'는 기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용하는 포퓰리즘이란 단어의 의미가 진정한 의미의 포퓰리즘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치적 수사'로 변질돼 유권자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60~70년대 '반공 표어'을 연상케 하는 이들의 '반포퓰리즘' 공세는 공약 검증을 빌미로 유권자들에게 포퓰리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뜨려 재벌개혁, 동반성장 관련 이슈를 주도 하고 있는 세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막상 선거가 임박하자 새누리당 공약에서 동반성장 관련 의제들이 사라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여론이 재벌, 대기업 등에 비판적인 기류를 나타내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기댈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구도는 '포퓰리즘 vs. 반포퓰리즘' 구도인 것이다.
 
이같은 구도에 휩쓸려 '뭐가 포퓰리즘이고, 뭐가 아닌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이들의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겠다.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정책의 현실성과 가치판단 등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오로지 인기에만 영합한 정치행태'를 말한다. 즉 구체적인 정책의 목적과 입법 과정 등을 함의한 공약은 포퓰리즘과 거리가 멀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추진본부 사무총장은 "최근 미디어, 일부 정당에서 사용하는 포퓰리즘 공격은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단어의 실질적 의미와 다르다"며 "과거 미국에서 엘리트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인기있는 정치인들을 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가 포퓰리즘"이라고 정의했다.
 
즉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재벌 개혁, 공정거래법 강화, 소상공인 보호 등의 동반성장 이슈들이 정책공약으로 발현되는 것을 결코 포퓰리즘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야권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법제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승격,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SSM) 규제를 통한 유통 서비스업 근로자 보호 등의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엔 공약이 너무 구체적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이번 민주당 공약에 대해 "재벌 개혁에 대해 다소 완화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문제의식이 확실하고 다양한 가치를 고려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포퓰리즘에 영합한 공약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동반성장과 관련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터무니없이 '쉬운' 공약을 발표해 시민사회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새누리당의 공약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 같은 위원회 제도, ‘전통시장 택배 기업육성지원’과 같은 부수적 자금·행정 지원 약속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적합업종 공약은 아예 제외됐다.
 
또 특정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을 근거로 공격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오히려 새누리당 정책의 재원 조달 방안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검증할 수 있는 공약들을 내세워 실현 가능한 의제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선자들 상당수의 '1순위' 공약이 '뉴타운' '재개발' 등의 토건정책이었던 새누리당이 하기엔 다소 낯뜨거운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18대 총선은 이른바 '슈퍼' 포퓰리즘 선거였다. 그당시 당선자들의 공약집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유력 후보 상당수가 '1순위'로 밀어붙였던 공약은 뉴타운이나 재개발과 관련된 토건 공약이었다.
 
해당 지자체 예산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남발된 각종 개발 공약으로 인해 평균 이행율도 35% 수준에 불과했다. 뉴타운 사업의 경우 4년전엔 다들 유치하겠다고 난리였지만 지금은 '뉴타운 출구전략' 공약이 판치는 웃지 못할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염치를 따지자면 새누리당이 포퓰리즘의 '포'자라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공약에 반영한다고 모두 포퓰리즘은 아니다.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흐리는 불필요한 포퓰리즘 논쟁을 접어야 한다. 19대 총선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명백하게 직시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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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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