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은평, 삶의 전부" vs 천호선 "이명박 심판"

최대 관심지.. 방송 토론회서 팽팽히 맞서

입력 : 2012-04-05 오후 5:25:18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으로 전현 정권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4.11 총선 서울 은평을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친이'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역임했던 '친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격돌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6일 앞둔 최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현역 이재오 후보가 10% 안팎의 차이로 도전자 천호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막판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보자 토론회가 부각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5일 서울 양천구 cj헬로비전 스튜디오에서는 은평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이 후보와 천 후보의 방송토론회가 열렸다.
 
◇"은평구는 제 삶의 전부" vs "이명박 정권 심판"
 
이재오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그동안 은평구는 제 삶의 전부였다"며 "제가 은평구에 43년간 살면서 결혼을 했고 세 자녀를 낳고 길렀다"고 말해 지역 토박이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은평구가 30년 넘게 그린벨트에 묶여 있던 뉴타운을 만들어 냈다"며 "은평구는 제 정치무대가 아니라 제 삶의 전부이다. 이제 종합적인 일들을 마무리하고 싶다. 저에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호선 후보는 "2010년 재보선에 출마해 선거 이틀전 민주당 후보와 야권단일화를 이뤘고 도왔었다"며 "이번 국회는 이명박 정부 실정을 바로잡고 기득권과 특혜를 회수해 서민의 삶을 만드는 선거"라고 맞섰다. 야권단일후보를 강조한 것이다.
 
천 후보는 "은평에 관심 쏠리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 이재오를 다섯번 당선시킬 것인가. 저는 감히 이를 막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심판 종결과 더불어 오래된 실적 부진의 일꾼을 교체하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론 내내 팽팽한 긴장감 흘러
 
토론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사회자가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을 하고 각 사안에 대해 질의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순서는 공약검증 토론과 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 순서였다.
 
그런데 질문을 던지는 30초 제한시간을 놓고 이 후보가 문제를 제기해 토론이 잠시 중단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주최측에서는 제한시간을 엄격히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이 후보는 질문을 마치지 못했는데 발언권이 넘어가면 토론을 계속 진행하기 힘들다고 통보했다. 스튜디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행히 10여분간 중단된 녹화는 양측의 조율을 거쳐 재개됐다. 이후에는 18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19대 국회 개혁 방향, 은평새길 재검토와 교통체증 해결방안 및 뉴타운, 재개발 등의 지역현안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은평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라며 "6호선 복선 연장 추진과 은평새길은 이미 민간투자사업으로 협약돼서 예산도 유치했다. 평창터널이 합의되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이것이 추진되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 해결될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서울시에 확인한 바로는 은평새길에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지역 구청장들도 다 반대하고 있다. 하나 하나가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 저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마치 곧 해결될 것처럼 유권자를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가 교육문제를 지적하며 "노무현 정부 당시 사교육비가 이전보다 215% 증가했더라.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4%가 감소했다"고 공격하자 천 후보는 "제가 아는 통계는 다르다. 2007년 1인당 사교육비가 월 22만원이었는데 2011년도는 24만원이었다. 통계숫자로 논쟁할 생각 없다. 이 후보께서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뭐하셨는가"라고 질타했다.
 
보건원 부지에 대해선 천 후보는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 그 형태는 시립대학이 좋을 것"이라며 "중앙정치와의 연계가 잘 되어야 은평도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천 후보께서는 비례대표 후보 같다. 지역구 공약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지역구는 지역발전이 최우선"이라며 "공약이 거의 불가능하니까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 지역구 국회의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천 후보는 "저는 정치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신중히 고민한다는 것이고 전면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어 "보건원 부지에 무엇이 유치가 되든 조기에 착공을 해야 한다"며 "병원이든 무엇이든 들어서야 한다. 계속 땅을 놀리고 있으면 경제활성에 도움이 안 된다. 조기착공을 위한 주민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이 후보가 제주해군기지를 거론하며 "국가의 정체성을 통합진보당이 흔들면 안 된다"면서 아울러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금 당장 실현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옳다면 청사진을 그려둬야한다. 천 후보는 이 지역에 안 살아서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에 천 후보는 "토박이가 아니어서 그렇지 명백히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해적 발언을 하신 분은 저희 당 비례대표 후보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천 후보는 또 "시립대 유치는 통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2 캠퍼스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것이나 조기착공을 해야 된다에는 반대한다. 무엇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상당히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나홀로 선거를 하시는데 정말로 궁금하다. 오래된 조직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중앙언론 인터뷰는 왜 거부하시나"고 물었다. 이 후보는 "나홀로 선거라는 것은 후보의 위세를 과시하는 그런 선거운동이 아니다. 또 당원들이 선거 때 자기 당의 후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언론 인터뷰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제 원칙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안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도 해본 사람이" vs "실적부진 일꾼 20년 채워줄건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선 천 후보는 "저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단일후보"라며 "이것은 단지 후보일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천 후보는 "보다 선명한 야당, 적극적 서민정책으로 헌신할 것"이라며 "지역발전에 있어 양당의 의견과 이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의 의견까지 수렴하여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남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반복하게 둘 것인가, 오랫동안 검증된 실적이 부진한 지역일꾼에게 또 맡겨서 20년을 채울 것인가. 이 부분을 냉정하게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의 실적을 열거하며 "은평에 43년간 제 삶을 묻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은평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써왔다"며 "살기좋은 은평구가 될 수 있도록 제 마지막을 다 바치겠다.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일도 해본 사람이 한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준비하다가, 생각하다가 놓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편 이날 녹화된 두 후보의 토론방송은 오는 7일과 9일 지역채널과 중앙선관위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