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해외브랜드 유모차가 국내에서 2배나 비싸게 팔린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같은 유모차를 이탈리아 엄마들보다 우리나라 엄마는 2배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니 씁쓸한 일이다.
소시모는 유모차 시장의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지적하며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물론 유통과정에서 지나친 마진을 취하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도 문제는 있다.
유모차 가격이 비싸도 찾는 사람이 많으니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해외브랜드나 고급브랜드라면 맹신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해외브랜드 유모차 가격을 올리게 만들기도 했다는 것.
더욱이 우리나라 출산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0년 1.47명에서 ▲2005년 1.08명 ▲2007년 1.25명 ▲2010년 1.22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저조하니 언뜻 보기에는 유모차에 대한 수요도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유모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소위 '골든키즈' 만들기에 부모들이 열중하다보니 고급·수입 유모차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2010년 유모차 수입액은 3900만달러로 지난 10년 간 연평균 35.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명품경쟁 또한 엄마들의 해외유모차 구매를 부추긴 꼴리 됐다.
이른바 어플루엔자(affluenza) 바이러스가 만연해있다고 봐야 한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치병, 소비중독 바이러스라는 뜻으로 풍요를 뜻하는 어플루언트(affluent)에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풍요로울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을 일컫는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실제로 32살의 한 주부는 임신 기간 중 유모차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격이 적당하고 괜찮은 제품을 구입하려 했지만, 출산 후 조리원에서 산모친구들이 비싼 유모차를 샀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에 뒤지지 않는 유모차를 사줘야겠다는 맘을 먹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유모차를 구입한 직후 몰려드는 것 후회라는 게 주부들의 중론이다.
"디럭스형이 좋다고 해서 구매했는데 저한테 디럭스형은 너무 무겁고 필요도 없더라고요. 절충형을 살걸 그랬어요. 유모차 사실 분들은 천천히 알아보고 구입하시길…."
이는 임산부들과 엄마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육아커뮤니티에 올라온 초보엄마의 글이다. 이 글이 올라오자 "꼭 매장 가서 직접 보고 시운전해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녀 1인당 21세까지 총 양육비용은 무려 2억6204만원(2009년 기준). 특히, 취학전 영유아기 6년 동안 드는 양육비만 5400만원에 달한다.
고급 유아용품 선호가 양육비를 끌어올리고 이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부모가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겠지만 최고의 제품이 최고의 자녀를 만들어 준다는 공식은 어디에도 없다.
최고가 아니더라도 자녀를 곧게 자라게 하는 것 비싼 해외브랜드 유모차가 아니라, 돈보다 더 값진 부모의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