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유류세 인하를 놓고 국책연구기관과 시민단체가 정면 충돌했다.
조세연구원은 유류세를 내리면 에너지 소비만 늘릴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내놨고, 한국납세자연맹은 고유가 원인이 유류세라며 인하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성명제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에너지 세제의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소비만 늘릴 수 있다"며 "이는 고유가 대책이 되기 어려우며 똑같은 고유가에도 우리나라 고통이 선진국보다 큰 이유는 에너지 소비 비만증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 연구위원은 "선진국이 우리보다 고유가에 따른 고통을 훨씬 덜 느끼는 이유는 에너지 소비 구조가 슬림하기 때문"이라며 "고세율, 고가격 정책을 통해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치유책"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의 지난해 2분기 휘발유 가격의 세금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47.6%로 10위를 차지했다. 28개국 중 10번째로 세금 비중이 낮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10년간 휘발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이 물가상승에도 거의 변하지 않아 사실상 매년 감세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성 연구위원은 "상당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수시로 유류세를 조정해 실효세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며 "우리나라도 세법 개정을 통한 유류세의 물가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류세를 인상하더라도 소득재분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유류세를 인상하면 가격이 높아져 저소득층부터 소비를 포기하는데 이로 인해 세부담의 누진성이 강화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유류세 인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여전히 높고 정부 정책들의 실효성 논란 탓에 단기적으로 국내 유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유류세 인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달 말 '유류세 불공정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유류세 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민들이 소득의 13%를 유류세로 내 경제 부담이 크다는 것.
지난 2일에는 "정부가 한국의 유류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절대 다수 국민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에 맞서고 있는데, 이는 정말 기만적인 처사"라고 납세자연맹은 반박했다.
현재 납세자연맹이 온라인을 통해 진행 중인 유류세 인하 서명 운동에는 약 2만2000명이 참여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강력히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 원인은 기름값의 46%에 달하는 유류세 때문"이라며 "진정한 고유가 대책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유류세 인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유류세 인하를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소시모는 현재 국내외 유가 현황을 분석,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