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미행 사건이 '윗선' 등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검찰로 넘겨졌다.
해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부경찰서는 9일 이 회장을 미행한 삼성 직원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직원 4명이 이 회장 미행에 직접적으로 연관됐음을 밝혀냈다. 이들이 미행에 사용한 렌터카 5대는 삼성물산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또 이들이 사용한 대포폰은 삼성전자 감사팀 소속 나모 차장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 차장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대포폰 5대를 구입하면서 ‘발신번호 미표시’를 요청, 이를 의심한 판매자가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나 차장이 구입한 대포폰 5대 중 4대는 이 회장 미행에 가담한 삼성물산 직원 4명이 나눠 썼다. 경찰은 대포폰이 송수신된 기지국을 추적한 결과 이 회장 출퇴근 동선과 상당 부분 일치했음을 밝혀냈다.
경찰은 나머지 1대의 사용처를 ‘지시 윗선’으로 추정, 연결고리 파악에 나섰으나 혐의 입증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삼성 임원 1명의 자택과 삼성물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범죄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앞서 CJ그룹은 삼성측이 이 회장을 미행했다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2월23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특히 이 회장의 부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의 유산 상속 소송을 제기한 직후여서 재계 관심이 집중됐다.
CJ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찰 수사 발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검찰에서 미행 지시 윗선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건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