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 경상북도 김천시. 이곳에 무려 495만9000㎡규모의 일반산업단지가 3단계에 걸쳐 조성된다.
지난해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서 다양한 기업이 들어서 생산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해 과감한 합병을 단행한 코오롱글로벌은 이곳 김천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전초지로 결정했다. 시와 지역 주민의 견고한 믿음까지 더해져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
◇친환경 열병합발전 내년 6월 본격 가동
코오롱글로벌은 현재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에게 열(스팀)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집단에너지시설(열병합발전소)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착공해 내년 6월 말이면 시범 운영에 이은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모두 2450억원이 투입됐으며, 코오롱글로벌이 EPC(설계·구매·시공)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완공 후에는 SK E&S와 절반씩 출자해 만든 김천에너지(700억원)를 통해 수익 사업을 벌인다.
황종규 건설단장은 "입주 기업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완공 후 3년 정도 후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석탄의 변신..시간당 스팀 65톤 사용 업체 연간 40억원 절감
김천 열병합발전소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발전용 보일러와 증기터빈을 돌려 각각 열(스팀)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시간당 에너지 생산량은 스팀 330톤, 전기 59MW에 이른다.
현재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공정용 열 수요가 시간당 220톤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수급안정성이 우수하다.
최신 화력발전 기술이 집약된데다 국내 최대 크기의 보일러 시설을 갖춘 김천열병합발전소는 규모면에서도 국내 10위 안에 드는 위용을 자랑한다.
고유가 시대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유연탄을 사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미 회사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석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에너지 공급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예상으로 시간당 65톤의 스팀 사용 업체 기준 연간 무려 4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석유 사용에 비해 30~40%를 아낄 수 있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김천시에서는 추가 단지의 열 공급까지 요청하는 등 이 시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황 단장은 "시간당 330톤 이상(+120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에다 시설 내 잉여부지도 있어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며 "김천시의 요청에 따라 추가 열 공급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기술을 최대한 접목한 것도 눈에 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국내 열병합발전시설 최초로 사전환경영향평가까지 받았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은 허용기준보다 25% 가량 더 낮췄다.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인 80ppm에만 맞추면 열병합발전시설 건설에는 문제가 없지만 노내탈황 설비 등을 설치해 배출 상한을 60ppm까지 낮췄다.
황 단장은 "최대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시설을 통해 지역 주민의 걱정도 덜고 회사의 기술력도 한층 높일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플랜트 분야 세계 진출의 상징
이 발전소는 단순히 싼 값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설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지난해 코오롱건설, 코오롱아이넷(주), 코오롱B&S(주)를 합병해 탄생한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4조원 매출 달성을 시작으로 오는 2015년까지 매출 6조원 목표를 실현할 작정이다. 새로운 CI 그대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코오롱글로벌은 해외 발전플랜트 수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합병 직후 원자력팀을 발전사업팀으로 확대 재편하면서 플랜트 분야 해외 진출을 공식화했다.
황 단장은 "김천열병합발전소와 내년 1월 오성복합화력발전소가 준공되면 원전 사업 진출에 꼭 필요한 요건인 'STG 단일기 100MW이상 발전소 시공실적'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코오롱글로벌이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주간사 자격으로 수주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천은 새로운 성장의 '전초지', 열병합발전소는 신성장 동력의 문을 열어줄 '열쇠'인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김천 사업을 계기로 2~3년 내에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 뒤 신재생·원자력 플랜트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 목표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적인 사업"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여러 분야의 기술을 접목해 세계 수준의 플랜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