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개똥녀, 루저녀, 패륜녀, 지하철녀, 가장 최근의 택시막말녀까지 인터넷을 통한 린치 사례는 섬뜩하고 끔찍하다. 가장 잘 알려진 개똥녀 사건부터 살펴보자.
한 20대 여성이 지하철 바닥에 애완견이 설사를 했는데도 이를 치우지 않고 내리자 목격자 한명이 당시 사진과 함께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데서 일은 시작된다.
누리꾼들은 ‘예의도, 양심도 없다’는 비난과 함께 그 여성을 집중 공격했고, 더 나아가 신상털이까지 자행했다.
결국 사진의 주인공은 더 이상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평판에 관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는데 이는 주인공의 도덕적인 잘못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였다.
불과 20년 전에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저 짧은 순간 목격자 몇명에게 가벼운 지탄받고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쉽게 일상을 기록하고, 너무나도 빠르게 정보를 확산시킨다는 특성은 ‘양날의 검’처럼 효용만큼 부작용을 양산한 것이다.
저자는 이와 비슷한 수많은 사례를 열거하며, 인터넷에서 개인의 평판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보여준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마녀사냥과 신상털이가 왜 자행되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실명제 등 인터넷공간에 대한 법의 개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문제 본질에 대해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게 아마도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그래서 뭐, 어쩌라고(So what)?’라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다소 아쉬움을 남는다.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며 독자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초반부와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지며 결국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맥 빠진 결론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돌풍을 일으키며 인터넷에서의 평판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서 봤을 때 더욱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역자이자 SNS컨설팅업체인 ‘누리터커뮤니케이션’의 이승훈 대표는 화룡정점을 이렇게 찍는다.
“이제는 모든 개인이 온라인 미디어를 소유하고 이용하는 시대다.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전국민적인 이해가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제는 국영수만이 아닌 인터넷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때다”